오피니언 사설

야당 대표 경선, 개혁 비전으로 승부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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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내년 2월 8일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새 지도부는 당은 물론 국가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임기 2년은 박근혜 정권의 나머지 중요한 기간과 겹친다. 이 기간 중에 북한 상황과 안보환경의 불확실성, 공무원연금 개혁, 경제 살리기 등 주요 변수와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이번 개편은 야당이 변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지난 7월 30일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은 참패했고 김한길·안철수 지도부는 물러났다. 야당은 세월호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기보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민생을 돌보기보다 교조적인 이념과 계파 갈등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도 야당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장외투쟁에 매달렸고 비상대책위는 제대로 된 개혁안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 5개월은 새정치연합에 ‘고난의 행군’이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그 틈새를 공략했다. 국회의원 무노동·무임금과 ‘돈 받는 출판기념회’ 폐지 같은 정치 혁신안을 내놓았다. 개혁 선도는 원래 야당의 차지임에도 흔들리는 리더십 때문에 새정치연합은 개혁 경쟁에서 밀렸다. 이런 야당에 내년 2월 전당대회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유권자의 신임을 되찾는 것은 개혁에 달렸고 개혁은 새 지도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상황은 절박한데도 현재의 경선판은 이런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박지원 의원 양강(兩强) 구도가 된 당 대표 경선은 친노(親盧)와 비노(非盧)의 계파 간 싸움터로 변했다. 야당 대표 경선은 개혁 비전의 경쟁이어야 하지만 정쟁적 계파 싸움에 묻혀 개혁 비전이 실종된 느낌이다.

 문재인 의원은 “총선 전까지 당을 수리하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한 신제품으로 바꾸겠다”며 당 혁신을 통해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얘기는 없다. 그는 또 “대표에 당선되면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며 무슨 큰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그 말에서 어떤 진정성이나 감동도 찾기 어렵다. 당내에서조차 “기득권을 내려놓으려면 대선 패배 직후 의원직 사퇴 요구가 나왔을 때 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친노 패권주의와 호남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자신은 ‘DJ의 우산’에 기대어 호남 정서를 자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대의 계파 패권주의를 비판하면서 자신은 지역주의의 그늘에 숨는 이중적 태도다. 그는 또 ‘강한 야당론’을 슬로건으로 내걸었지만 어떻게 강한 야당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비전은 없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노동당 개혁이 영국 개혁보다 어렵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의 온건 개혁파들은 “당 개조가 국가 개조보다 힘들다”고 말한다. 국민은 계파 갈등과 이념 투쟁에서 탈피한 개혁 정당의 비전을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