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급매물 노려볼 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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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주부 박희연(35.서울 강서구 등촌동)씨는 요즘 강서구 일대 부동산중개업소들을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있다. 마음에 드는 아파트 분양권을 찾기 위해서다.

朴씨는 청약통장 1순위가 된 지난해 7월부터 서울 동시분양에 매달 청약했지만 당첨자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청약으로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사실을 실감하고 분양권 매입으로 눈길을 돌린 것이다.

이처럼 아파트 분양권 매입에 대한 관심이 요즘 부쩍 높아지고 있다.

재건축 단지 투자는 정부 규제 강화 등으로 불안한 데다 한꺼번에 몇억원이 드는 데 비해 입주시기가 많이 남은 분양권은 자금 부담이 작은 편이다. 하지만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입주 때까지 분양권을 살 수 없는 등 전매와 관련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 집 장만 '차선책'

새 아파트를 장만하기 위해서는 청약에 당첨돼야 하지만 서울 인기지역의 경우 청약 경쟁이 치열하다. 택지 부족 등으로 아파트 공급량이 줄고 있어 입지여건이 좋은 단지를 고르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청약에 당첨되면 주어지는 분양권은 누구든 살 수 있다. 청약으로 집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은 분양가다. 분양권 가격은 정해져 있지 않다. 인기 있는 단지여서 수요가 많을 경우에는 웃돈(프리미엄)이 붙는다. 수요가 없으면 웃돈이 형성되지 않아 분양가 수준일 수도 있다. 분양권으로 집을 마련하는 데는 분양가에 웃돈 만큼의 추가 비용이 드는 것이다.분양권은 비용이 더 드는 데 반해 청약 당첨보다 나은 매력도 있다. 청약은 당첨되더라도 동.호수 추첨에서 층이나 방향이 좋지 않은 곳을 분양받을 수 있지만 동.호수가 지정된 분양권 구입은 입맛에 맞는 집을 선택할 수 있다.

분양권 구입은 청약에 당첨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아파트 청약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과장은 "새 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 청약만 고집하지 말고 분양권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분양권은 잔금을 치르고 등기하기 전까지는 주택으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사더라도 소유 주택수가 늘지 않는다. 주택 소유에 따른 취득.등록세가 없고 1가구 2주택자 1순위 제외 등 청약자격 제한을 받지 않는다.

분양가부터 시작하는 분양권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변한다. 살 때보다 비싸게 팔면 그만큼 시세차익이 생긴다. 재테크가 가능한 것이다.

분양권 구입에도 정부에서 신규 분양 주택을 마련하는 무주택 세대주들에게 지원하는 '생애 최초주택구입자금 대출'(연6.0%)의 혜택이 주어진다.

# 시세보다 싼 분양권 노려야

분양권은 교육시설.교통편.생활편의시설 등 입지여건과 함께 앞으로 발전가능성을 보고 골라야 하는데 현재보다 입주 시점에서 따질 필요가 있다. 특히 대규모 주거지로 조성되는 택지개발지구의 경우 입주시기에 맞춰 학교 등 기반시설이 들어선다. 단지 선택 못지 않게 매입 시기가 중요하다. 분양권 가격은 주변 아파트 시세와 맞물려 움직이지만 입주가 다가오면서 많이 오른다. 대개 입주 6개월 전부터다.

실수요자라면 입주까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매입하는 게 유리하다. 중도금 납부 시점 전후에 자금 부담 등으로 인한 급매물이 심심찮게 나온다.

지하철 개통 등 개발 호재가 있는 단지의 경우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계속 오르므로 미리 구입하는 게 유리하다. 개발계획이 발표되는 경우에는 발표 직후 붐이 일면서 오를 때보다 열기가 가라앉으면서 주춤하는 시기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분양권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없는 곳이 있다. 투기과열지구다. 현재 서울 전체와 수도권 일부, 대전과 충남 천안 일부 지역이다. 지금까지는 전매가 계약 후 1년간 제한되지만 다음달 중순부터는 아예 금지될 예정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거래 제한으로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져 투자용 분양권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텐커뮤니티 김경미 과장은 "중도금이 연체됐거나 분양권이 가압류된 경우에는 분양업체에서 명의변경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확인하고 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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