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숨진 신고리 가스밸브실 … 가스경보기도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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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계자들이 지난 26일 질소가스 누출로 근로자 3명이 숨진 경북 울주군 신고리원전 3호기 건설현장 가스밸브실에서 현장조사를 벌였다(왼쪽 사진).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28일 한수원 서울지사에서 원전 자료 유출 사건과 신고리원전 가스 누출 사고에 대해 사과했다(오른쪽). [뉴시스]

지난 26일 가스가 누출돼 3명이 숨진 신고리원전 3호기 공사현장 밸브실에 가스 누출 경보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누출에 대비한 환기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 울산 울주경찰서는 28일 “사망자들은 질소가 가득 차 산소가 부족한 지하 가스 밸브실에서 질식사한 것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조사 결과 판명 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가스가 새어 나왔음에도 경보기가 없어 한국수력원자력과 시공사 H건설 등은 누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이 파악한 사고 당일 상황은 이렇다. 이날 일찍 근무를 시작한 안전관리자들이 오전 11시쯤 점심식사를 하러 모였을 때 손모(41)·김모(35)씨가 보이지 않았다. 오전에 안전순찰을 나간 뒤 소식이 없었다. 식사가 끝나도 돌아오지 않고 전화 연결조차 되지 않아 다른 안전관리자들이 찾아 나섰다.

 오후 5시가 다 돼서야 이들을 가스 밸브실에서 발견했다. 하지만 처음 발견한 H건설 협력업체 소속 홍모(49)씨 역시 질식해 쓰러졌다. 홍씨와 함께 손씨·김씨를 찾으러 갔던 제3자가 이를 알려 119구급차와 공사현장 차량으로 병원에 옮겼으나 3명은 모두 숨졌다.

 새어 나온 질소는 냉각수를 원자로 속으로 밀어 넣는 역할을 한다. 질소는 색깔과 냄새가 없어 경보기가 울리지 않는 한 누출 사실을 알 수 없다. 손씨 등 3명이 변을 당한 이유다. 경보기가 없었던 것과 관련, 한수원 측은 “규정이나 설계도에 가스 누출 경보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고 했다. 또 “환기시스템은 원전 가동에 맞춰 작동하도록 돼 있다”고 덧붙였다. 사고 당시 질소를 빼내는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장문희 박사는 “질소가 새면 냉각수를 원자로로 보내는 압력이 떨어져 원자로가 뜨거워질 수 있다”며 “누출 경보기는 당연히 설치했어야 하고, 다른 원전에도 경보기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가 난 신고리 3호기뿐 아니라 4호기도 공사를 중단하고 긴급 안전진단을 벌이기로 했다. 이로 인해 내년 여름으로 미뤄졌던 신고리 3호기 가동은 또다시 연기가 불가피하게 됐다. 신고리 3호기는 당초 2013년 12월 완공 예정이었으나 설치된 케이블이 불량품으로 드러나면서 전량 교체를 위해 한 차례 준공이 연기됐다.

이 원전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하는 한국형 경수로의 모델로, 내년 9월까지 완공이 안 될 경우 UAE 원전 건설에 차질이 빚어져 한전이 UAE에 배상금을 물도록 돼 있다.

울산=차상은 기자, 세종=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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