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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강력한 난기류"… 항로 변경 5분 뒤 사라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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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8일 실종된 에어아시아 QZ8501편 탑승객의 가족들이 인도네시아 주안다 공항에서 무사 귀환을 기원하며 서로 위로하고 있다. [수라바야 AP=뉴시스]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회장

인도네시아 항공 당국에 따르면 에어아시아 QZ8501편과의 통신이 끊긴 건 28일 오전 6시17분(한국시간 오전 8시17분)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둘째로 큰 도시 수라바야의 주안다 공항에서 싱가포르를 향해 이륙한 지 40여 분 만에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통신 두절 전 여객기는 자카르타 관제소에 항로와 비행 고도 변경을 알려왔다. 인도네시아 항공 당국은 여객기가 오전 6시12분 왼쪽으로 방향을 틀고 비행 고도를 3만8000피트(약 1만1582m)로 높이겠다고 보고한 사실을 공개했다. 에어아시아도 QZ8501편이 날씨를 이유로 항로 변경 허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런 정황으로 미뤄 여객기는 악천후 탓에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자카르타 포스트는 인도네시아 국가수색구조청을 인용, “여객기가 자바해 벨리퉁섬에서 145㎞ 떨어진 해상에 추락한 것 같다”며 “폭풍우를 피하기 위해 벨리퉁섬 인근 상공을 선회하다 극심한 난기류를 만났고 바다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CNN은 “QZ8501편이 비행 중일 때 그 지역에서 천둥·번개가 심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폭풍과 난기류가 동시에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NYT는 “대형 폭풍과 난기류가 만났을 때 심각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바람의 방향이 갑작스럽게 바뀌면 엔진을 통한 공기 흐름을 방해하고, 이것이 엔진 고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12월~1월은 인도네시아·싱가포르의 우기다.

 기체 결함 및 조종 과실 가능성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 기장과 부기장은 각각 6100시간과 2275시간을 비행한 숙련된 조종사였다. 에어버스사의 A320-200 여객기도 2008년 운항을 시작한 비교적 새 비행기다.

 CNN은 에어아시아가 안전에 관해 좋은 평판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본사와 취항국에 세운 법인에서 중대 사고를 낸 적이 없다. 영국의 항공서비스 평가 전문기관 스카이트랙스가 선정하는 ‘최고의 저가 항공사’에 2009년 이후 매년 선정됐다.

 회사는 2001년 타임워너사 임원 출신인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이 적자 항공사를 1링깃(약 250원)에 인수하며 탄생했다. 1100만 달러(약 120억원) 부채를 떠안는 조건이었다. 금융위기와 테러가 겹친 항공업계 불황 속에서 “누구나 항공기를 탈 수 있다”는 모토로 1년 만에 빚을 청산했고 9년 만에 아시아 최대 저가 항공사가 됐다. 20여 개국 100여 곳에 취항하고 있으며 에어버스 A320-200기를 169대 운용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인천·김해공항에 취항하며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호주·싱가포르 등을 오간다. 지난 10일 페르난데스 회장은 서울에서 ‘박지성 헌정 항공기 한국 운항 개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허니버터칩을 봉지째 줄 계획”이라며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을 빗대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항공 최악의 한 해=QZ8501편 실종은 올해 말레이시아 국적의 항공사에 일어난 세 번째 대형 사고다. 지난 3월 239명이 탑승한 말레이시아항공 MH370편은 쿠알라룸푸르에서 중국 베이징을 향하던 중 인도양에서 실종됐다. 다국적 수색팀이 수개월 동안 사고해역을 샅샅이 뒤졌지만 파편 한 조각 발견하지 못했다. 7월 발생한 MH17편 피격은 탑승객 298명 전원이 사망한 최악의 사고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쿠알라룸푸르로 가던 중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이 교전하고 있던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미사일에 격추됐다.

신경진·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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