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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기득권 내려놓고 밑거름 될 것"… 신당 합류 쪽으로 가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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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사진 중앙포토]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이 진보 진영의 신당 창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 고문은 28일 본지 통화에서 향후 자신의 거취와 관련, "나에게 기득권이 있다면 모든 걸 내려놓고, 마음속에 있는 욕심도 기득권이라면 그 욕심도 내려놓고 밀알과 밑거름 역할을 하겠다"며 "지인들을 비롯해 당 안팎의 원로들과 충분히 상의를 하고 있다. 늦지 않게 연초(내년 2·8 전당대회 이전)에 최종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 고문은 "지금 우리 사회에 약자가 기댈 곳이 없다. 대안 정당이 없는 거다. 박근혜 정부의 불통을 보면서도 (국민들이) 지금의 야당이 대안이 아니라고 느끼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정부, 여당, 야당, 진보정당이 다 망가졌다. 낡은 건 무너졌는데 새로운 건 태어나지 않은 혼돈 속에서 뭔가 새로운 대안을 요구하는 대중의 열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 고문은 지난 27일 자신의 특보단과 송년회를 겸한 모임을 갖고 향후 거취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 다수는 정 고문에게 "제 3세력을 만드는 데 함께하자"고 권유했다고 한다.

정 고문은 "참석자 일부는 속도조절과 신중론을 얘기하기도 했지만, 상당수는 (신당 창당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가보지 않은 길이고 가시밭길이 되겠지만 용기를 갖고 광야에 서야 한다는 특보들이 많았다"면서 "사람들에게 어떤 길을 가든 (나와) 같이 가자고 제안했고 다들 호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에 더 이상 가능성이 있는가라고 묻고 있었을 때, 105인의 선언이 똑같은 문제인식을 던졌다"며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걸 무겁게 받아들이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진보 진영의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국민모임'은 학계·종교계·문화계 등 각계 진보 인사 105명이 참여한 단체다. 이들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정치세력 없이는 정권교체도 없으며, 안전한 대한민국과 서민의 행복도 불가능하다"며 새로운 진보 정치 세력의 건설을 촉구했다. 다음은 정 고문과의 일문일답.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의식이 있었나.

"그동안 당에서 '겉만 빙빙 돌지 말고 국민의 삶 속으로 들어가라'고 얘기해 왔다. 합리적 진보의 길로 가야 한다고 주창해왔고, 실제 그것을 실천했다. 당의 방향성을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당헌 개정안도 제출해 관철시켰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두 축으로 정리했다. 근데 지금은 이런 것들이 다 수포로 원점으로 돌아갔다. 여기에 문제의식이 있었다."

-거취와 관련 최종결정은 언제쯤 하나.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 급할 건 없다. 충분히 의견을 듣고 있다. 늦지 않게 결정할 것이고, 질질 끌 생각은 전혀 없다."

-만약 새로운 세력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게 된다면 동시에 탈당을 하게 되나.

"당당하게 처신할 것이다. 새로운 길이고 새로운 광야에 서는 것이다."

-당 내 중진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당 내 어떤 분하고도 대화를 못 나눴다. 차차 대화를 하겠다. 당 내외 분들과 두루 만나는 중이다."

이윤석 기자 america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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