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적은 품목만 개방, 관세도 높아|화장품 "수입자유화" 말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외제화장품의 수입개방조치가 말뿐이다. 여전히 높은 수입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이바람에 개방조치가 취해진지 한달이 지난 3일 현재 수입을 신청한 업체는 단한군데도 없다. 이같은 현상은 정부가 지난해 9월 국산품의 품질향상과 소비자보호를 목적으로 1월1일부터 11개제품의 수입을 허용했으나 대상품목이 일반의 수요가 적은 제품인데다 이를 관장하는 보사부가 소비자보호보다는 국산품 메이커보호를 앞세워 수입업체자격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고율의 관세를 부과토록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군소화장품메이커나 일반 무역회사들은 수입자격이 없는데다 있더라도 채산이 맞지않아 수입을 꺼리고 일부 유명국산화장품메이커들은 자사제품의 판로침해를 우려, 수입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입규제>
보사부는 정부의 일부외제화장품 수입개방조치 발표 이후 수입관세를 기본관세 60%에 탄력관세 30%를 추가, 90%로 해줄 것을 관계부처에 요청했다. 협의 끝에 결정된 관세율은 80%. 그러나 이는 의약완제품 수입세율, 30∼40%의 2배에 해당하는 고율. 여기다 방위세·특별소비세·부가세 등이 추가되면 세금만도 수입원가의 2배가 넘게된다.
수입자격도 무역거래특별법에 따라 수출입을 제한하는 「통합고시」와 약사법을 근거로 연간 10만달러이상의 수출실적이 있고, 화장품 등의 실험실과 일정규모의 영업소·창고 등을 갖춘 업체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수입유자격업체는 사실상 몇몇 대규모화장품메이커와 의약품제조업체 및 일부종합상사 등으로 축소됐고, 군소화장품메이커나 일반무역회사 등은 수입을 하고 싶어도 할수 없는 실정이다.

<화장품값>
관계당국이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외제화장품값은 외국시장에서의 인수가격이 보통 국산품의 2∼4배. 여기다 관세와 방위세 등 2백%의 각종 세금이 수입원가에 붙고 판매마진까지 더 붙게되면 실제 시판가격은 국산품의 4∼8배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향수의 경우 10㎖짜리 국산품의 소비자가격이 5천7백원인대 비해 외제품의 면세점판매가격은 2만3천원으로 국산품의 4배가 넘는다. 이 외제향수가 국내일반시장에 나오게 되면 2백%의 각종 세금 등이 붙어 국산품의 8배인 4만5천원이 넘는다는 계산. 게다가 수입이 허용된 11개품목은 향수를 비롯 ▲아이섀도 ▲오데콜론 ▲정발료(포마드) ▲아이라인 ▲마스카라 ▲아이펜슬 ▲헤어크림 ▲염발료 ▲헤어스프레이 ▲헤어틴트 등 일반의 수요가 적은 것들이어서 시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동태>
일부제약이나 종합상사 등은 수입자격을 갖추고 있지만 수입화장품의 관세율이 너무 높아 시장성과 채산성에 자신이 없는데다 판매경험조차 없어 수입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외국 유명화장품메이커들이 대체로 국내유명메이커와 기술제휴 등으로 연결돼 있어 새롭게 외국거래선과 손을 잡기도 어렵다고 했다.
또 국내화장품 시장점유율이 50%가 넘는 T화학을 비롯, 일부 대형메이커들은 외제화장품에 대한 국내시장조사가 안끝났다며 외제수입을 사실상 기피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사부당국자는 관세율을 높인 것은 ▲갑작스런 수입개방에 따른 충격을 줄이고 ▲국내산업을 보호하며 ▲외화수지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만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