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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붙이면 젖혀라 … 가끔은 틀려야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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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8강 토너먼트>
○·박정환 9단 ●·저우루이양 9단

제7보(54~67)=바둑에서 격언은 유용하다. 격언을 능수능란하게 써먹기란 매우 어렵지만 말이다. 왜 어려운가. 언제나 맞아 들어가는 지침(격언·이론)은 세상에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침은 사고의 훈련용으로 사용되는 것이며 설명을 쉽게 하기 위한 용도가 보통이다.

 오늘 하변이 그 좋은 예다.

 붙이면 젖혀라. 유명한 격언이다. 좋은 지침이기도 한데 오늘은 틀렸다. 하변 63에 대한 64가 지침을 어긴 수법. 왜 격언을 따르지 않았을까. 그건 선수를 뽑고 싶어서다. 백은 선수를 뽑아서 가고픈 곳이 하나 있다.

 ‘참고도’를 보자. 상변 1에 2 받음은 침착하다. 다만 실전에 비해서 적극성이 부족하다.

 ‘참고도’ 하변을 보자. 3~5는 실전 61~63이다. 여기서 실전 64처럼 가만히 서지 않고 6에 젖히면 어떤가. 그러면 7~10의 진행이 필연이다. 이제 흑은 하변에서 손을 뺄 수 있다. 다음 백a에는 흑b 붙여 건너갈 수 있다. 하변 흑은 자체로 안정되어 있다.

 실전에서는 흑이 하변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 상변 흑A를 두고 싶지만 하변 백B 당하면 하변이 무너진다. 하변이 훨씬 크다.

 붙이면 젖혀라. 때로는 맞고 때로는 틀린다. 모든 격언이 다 그렇다. 바둑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일상에서나 과학에서나 어디서나 그렇다.

문용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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