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3)선물과 뇌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프랑스의 학부모들은 자녀가 다니는 학교선생님들에게 수시로 선물을 한다.
매년 9월 학년말이나 노엘(성탄절)때는 물론 자녀들의 일로 선생님을 방문할 때도 꼭 선물을 준비한다.
그러나 한때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그러했듯이 치맛바람을 날리기 위한 선물은 결코 아니다.
학부모들의 학교출입은 원칙적으로 금지돼있다. 다만 학교측이 규정한 날에 한해 학부모들이 교장이나 담임선생님을 면담할 수 있다.
대부분이 학부모 공동면담이고 선물을 받은 선생님은 여러 학부모들 앞에서 받은 물건을 개봉하기 때문에 치맛바람은 있을 수도, 용납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선생님들에게 학생들이 직접 선물을 전달하는 일이 많다.
이 때도 마찬가지로 선생님은 그날 받은 선물을 모두 교탁위에 쌓아놓은 다음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포장을 뜯어 이건 누구의 선물이고 저건 아무개가 준 것이라고 설명한다.
선생님들이 받는 선물은 대충 꽃한송이·초컬릿한상자·볼펜· 손수건 열쇠고리 수첩…이런 등속이다.
선물을 받은 선생님은 그날로 학부모들에게 『주신 선물 고맙게 받았습니다』라는 내용의 감사편지를 써 학생들에게 돌려보낸다.
이처럼 선물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함께 즐겁고 마음이 가볍다.
이런 경우 말고도 프랑스사람들만큼 선물주고 받기가 생활화 된 국민도 드물다.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다른 사람집에 초대를 받았을 때나 가족 친지의 생일, 출산, 결혼기념일에 선물은 빼놓을 수 없다. 성탄절 같은 명절에 가까운 사람들끼리 선물을 교환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정성이 담긴 조그마한 선물이다.
그렇다고 프랑스사람들사이에 「뇌물성」선물이 아예 없다는 말은 아니다.
전화나 텔렉스를 남보다 많이 사용하는 입장에 놓인 사람의 경우 전신국 담당직원에게 때맞춰 간단한 선물을 하면 일이 훨씬 수월해 진다.
「급행료」는 아니더라도 민원창구직원에게 애교섞인 선물을 하면 보다 친절한 대접을 받게된다.
아파트관리인들은 이른바 선물을 주고받는 시기를 앞두고는 입주자들에게 눈에 띄게 상냥해진다.
1년에 한 두차례 l백∼2백프랑(1만∼2만원)을 봉투에 넣어주는 게 관례지만 깜빡, 「뇌물」주기를 잊은 입주자는 관리인의 노골적인 눈총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프랑스사람들에겐 선물이 무슨 의무처럼 돼 가는 듯한 느낌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