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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주와 북해도 잇는 해저터널 관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세계최장…청삼-함관 53·9km 연결
일본북부 쓰가루(진경)해협의 바다 밑을 가로질러 혼슈(본주)와 홋까이도(북해도)를 연결하는 세계최장의 세이깐(청우) 터널공사가 착공 19년만에 선진도 갱을 관통시킴으로써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선진도 갱이란 본 터널(본 갱)을 만들기 위한 지질조사·자재운반용의 보조터널. 폭5m, 높이 4m의 이 선진도 갱은 27일「나까소네」(중조근강홍)수상이 동경의 수상관저에서 전화선을 통해 발파버튼을 누름으로써 한가운데 남겨진 두께 약1m의 암반이 무너져 관통했다.
지난 64년 5월 고도의 경제성장과 기술개발을 배경으로 일본이 야심만만하게 착수한 이 터널은 해저부분 23·3km를 포함한 총 연장이 53·9km에 달해 세계최장.
영국과 프랑스가 구상해 1880년대와 1960년대, 그리고 1974년 등 3차례나 약간 손만 댔다가 그만둔 도버해협의 해저터널 계획도 이보다 짧은 49·5km이고, 산악터널 중 세계최장이라는 일본 상월 신간선 노선의 대청수터널도 이 세이깐터널에는 반도 안 되는 22·2km에 불과하다.
한국의 경부선으로 치자면 서울역에서 오산까지를 해저터널로 만드는 대 역사인 셈이다.
산악터널과 달리 해저터널은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본 터널을 뚫기 위해서는 지질조사·자재운반용의 선진도 갱이 있어야하고 또 선진도 갱과 본 터널을 연결하는 작업 갱도 있어야 한다 .세이깐터널의 경우 해협의 수심이 1백40m인데다 다시 땅 속으로 1백m 밑을 파내는 것이므로 평지보다 2백40m나 지하에서 작업을 하고있는 셈.
이 공사현장은 그 동안 80개국에서 1천18명이 다녀갔다. 그러나 일단 유사시 자위대가 이 터널을 보급로로 활용한다는 군사적 방침 때문에 소련 관계자들에게는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 동안 선진도 갱 공사와 함께 진행돼온 본 터널은 폭11m, 높이 9m로 오는 85년에는 완공돼 86년부터는 일차가 운행될 예정.
완공 후 선진도 갱은 배수·환기용으로, 작업 갱은 보수를 위한 자재수송 등에 쓰이게 된다.
그러나 이 터널의 규모에 비해 효용성은 대단치 않다는 비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시공주인 일본 철도건설공단이 투입하는 비용은 약7천억엔(2조 1천억 원) 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 터널을 이용할 일본 국철이 매년 8백억 엔씩 30년간 불입한 후에 소유권을 넘겨받는다는 조건이다. km당 1백30억엔(약4백억 원), m당 1천3백만엔(약4천만 원)이라는 엄청난 공사비가 소요된다.
반면 이 터널로 해서 얻어지는 이득은 그리 대단치가 않다.
현재 아오모리(청삼)∼하꼬다떼(포관)롤 잇는 연락선(청포연락선)의 소요시간은 3시간50분인데 터널이 개통되는 경우 열차로 2시간10분이면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동경∼삿뽀로(찰황)간의 경우는 열차가 최고시속 2백60km의 속력으로 달린다해도 편도에만 5시간40분(동북 신간선 이용은 15시간40분)이 소요돼 이 구간 여객의 95%를 빼앗고있는 제트기의 1시간 반과는 큰 차가 있어 장거리 승객확보는 여전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 매년 2백억 엔의 적자를 내고 있는 청포연락선을 전폐한다해도 이 터널로 인한 국철 의 영업수지는 연간 1백억 엔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추산이어서 일부에서는「국민의 세금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란 우려와 비난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세계최장의 일본제」라는 자부심만이 이 터널의「체면」을 세워주고 있는 셈이다.<동경=신성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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