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와 미국의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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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경제의 회복을 위해 미국의 역할을 증대시키겠다고 밝힌「레이건」미대통령의 연두교서는 주로 경제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게된다.
「레이건」대통령의 연두교서에 나타난 경제정책은 세 가지 줄거리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미국경제는 회복기에 들어서고 있으므로 당면한 경제난국이 서서히 해결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세계각국의 보호무역을 강력히 비난하고 자유무역을 촉진할 결의를 선언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IMF(국제통화기금)의 기능을 강화토록 협조하여 세계경제를 비 인플레이션 적인 성장으로 복귀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경제정책이 실현에 옮겨진다면 올해 세계경제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여러 전문기구의 예측을 빗나가게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경제는 재정적자와 10·8%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의 부담으로 작년에 마이너스 l·5%(예측치)성장으로 떨어졌으나 올해는 2∼2·5%의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 비율이 5%선으로 저하됨에 따라 금융완화정책을 추진하여 주택착공, 자동차판매가 호전되는 등 개인소비를 중심으로 한 경기회복이 4월부터 나타나리라는 관측이 나오고있다.
미국의 경기회복은 구·일 등 선진권의 경기에 영향을 미쳐 하반기의 점진적인 상승을 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면 작년에 마이너스였던 세계무역도 확대될 것이 확실하다.
세계 GNP에서 점하는 미국의 셰어가 55년의 36·3%, 70년의 30·2%에서 80년에는 21·5%로 저하되고 EC(구주공동체)의 그것이 17·5%, D19·3%, 22·4%로, 또 일본은 2·2%, 6%, 9%로 각각 상승했다고 하나 단일국가로서는 여전히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기 때문이다.
장애요인이 있다면 몇 년간 계속된 경기침체로 주요 국이 심각한 실업문제에 부딪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진권의 실업자 수는 작년 하반기에 3천만 명에 달했고 완만한 경기회복이 있다해도 올해 연말에는 3천4백만 명으로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있다.
그로 인해 주요 국은 실업흡수를 내걸고 보호무역을 더한층 강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있다.
「레이건」대통령이 보호무역을 배격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의사표명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의 무역수지는 76년이래 연간 2백50억 달러에서 3백억 달러를 상회하는 대폭적인 적자를 내고있다.
따라서 미국에 대한 각국의 무역균형노력이 전제되지 않는 한 미국의 자유무역 촉진에도 한계가 있다.
「레이건」대통령의 IMF 기능강화제의는 국제신용을 불안케 하는 개도국의 외채위기를 덜어보자는 국제적 협조를 불러일으켰다는 데도 뜻이 있다.
작년 말에 약 7천억 달러에 달하는 외채잔액은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어 세계경제를 곤경에 처하게 할 불씨로 남아있다.
주요 국들은 IMF에 긴급융자 기금을 설치하자는 안은 내놓고 있으나 기금출자액을 둘러싸고 이견을 절충하고 있을 뿐이다.
올해는 IMF를 통한 협조융자로 개도국의 외채위기를 구원하는 구체적 방안이 확정되어야만 하며「레이건」대통령의 연두교서도 이를 염두에 두고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세계경제는 최악의 상태에서 벗어나 2%정도의 성장을 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플러스성장으로 가려면 국제협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된다.
각국 정부의 정책자세, 개방체제의 유지, 국제통화의 건전성, 정치적 장애물의 제거 등 국제협조체제의 정립이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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