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처행방에 횡설수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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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촬영살인범이동식씨(42)와 전처 방옥수씨(31)의 가족이 맞대면을 했다.
26일 상오11시, 하오8시 두 차례에 걸쳐 서울 남부경찰서형사계에서 있은 대질신문에서 방씨 가족들은『옥수가 죽었다면 뼈라도 찾아내 제사라도 지낼 수 있게 묻힌 곳을 알려달라』고 울부 짖었으나 이씨는 끝내 묵묵부답이었다.
1자대질
베이지색 상의 파커와 감색바지, 맨발에 검은 고무신을 신은 이씨는 사무용 책상을 사이에 두고 방씨의 큰 오빠 재호(50), 둘째오빠 재일(49), 넷째올케 유복순(35)씨와 마주 앉았다.
이씨는 애써 침착한 표정으로 허공을 보며 방씨 가족들을 외면했다.
잠시동안의 침묵이 흐른 뒤 재일씨가 『이보게 동식이 나를 모르겠나』며 말문을 열었다.이씨는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문채 응답을 하지 않았다.
『옥수가 어디에 있는가』방씨 가족들의 빗발치는 질문에 이씨는 고개를 푹 숙인채 괴로운 표정.
『제발 뼈만이라도 찾아 영혼을 편하게 해주자』『딸을 생각해서라도 그럴수가 있는가』올케유씨는 왈칵 울음을 터뜨리며 이씨의 무릎을 얼싸안았다.
『나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이씨는 귀찮다는 듯 입가에 냉소를 띠고 돌아앉았다.
방씨가족들은 이씨에게 매달려 눈물로 호소했으나 허사.
이때 이씨의 현부인 민씨가 면회를 와 1차대질은 시작돼 30분만에 끝났다.
2차대질
하오 8시10분 2차대질이 시작됐다.
방씨가족들은 1차대질에서의 격앙된 감정을 씻은 듯 가라앉은 표정이었다.『옥수가 자네말대로 가출했다면 평소에 귀여워 하던 딸이 있는데 지금까지 소식이 없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며 방씨의 행방을 계속. 다그쳤다.
이씨는 여전히 입을 다문채 귀를 막듯이 두 팔로 머리를 감싼채 대답을 하지 않았다.
방씨 가족들이 계속해서「평소에 잠자리에 들어 손과발을 묶고 허리띠등으로 전신을 때려실신시키곤 했다는데 혹시 그 때 잘못해 죽은 게 아니냐』고도 물었다.
『전부 사실 무근이다. 당신네들이 사전에 짜고서 꾸며낸 이야기다』이씨는 방씨 가족들의 집요한 질문에 귀찮은 듯 한마디를 내뱉고는 다시 입을 닫았다.
재일씨는『옥수가 일본옷을 입은 사진을 보내왔다면서 왜 보여 주지 않느냐. 사실이라면사진이라도 보여 달라』고 매달렸으나 역시 입을 열지 않았다.
11시30분까지 3시간20분동안이나 담당혐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방씨가족들은 이씨를 다그치기도 하고 달래기도했으나 이씨는 30분에 한마디쯤『모른다』『사실무근이다』라고만 대꾸하고는 일체 얘기를 하지 않았다.
한편 경찰은 이씨가 방씨 가출후 부산에서 띄운 편지를 받았다는 주소가 방씨가 가출한 후 번동에서 쌍문동으로 이사한 집이어서 방씨가 이씨의 주소를 알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을 들어 이씨를 추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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