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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미식축구 승리제조기 「브라이언트」코치 은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가장 위대한 철면피』『곰(웅)브라이언트』로 불리던 「폴·월리엄·브라이언튼(앨라배마대미식축구팀코치)가 금년 69세의 나이로 코치생활 38년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 자신이 앨라배마대학미식축구선수였던「브라이언트」는 1945년 메릴랜드고교의 미식축구팀코치를 시작으로 38년동안 모두 3백23승85패17무승부(대학팀은 1년에 16게임소화)를 기록해 그가 맡은 팀이면 어떤 팀이든지 승리한다는 전설적인 신화를 창조해 낸 대학미식축구계의 「거인」.
수많은 프로팀에서의 유혹을 마다하고 아마팀 코치만을 고집해 온 것으로도 유명한 「브라이언트」의 3백23번째 승리는 그의 모교이자. 동시에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앨라배마대와일리노이대팀과 벌였던 지난 5일밤의 리버티볼게임.
미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멤피스(테네시주)에서 벌어진 그의 은퇴경기에서 앨라배마대는 일리노이대를 21-15로 제압, 그에게 감격의 마지막 승리를 헌상했다.
그러나 「곰」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그답게 기쁜 내색없이『썩 잘하지는 못했다. 시험기간과 휴일이 많았기 때문에 연습이 부족했었다』고만 말했을 뿐이다.
그는 그의 별명처럼 표정이 없기로 유명할 뿐 아니라 칭찬도 이에 못지않게 인색하다.
그는 선수들에게도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경기이외에는 아무것도 생각지 말라. 화가 났다거나 기쁜감정, 슬픈것들의 감상적인 생각은 모두 버려라. 다만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왜 이 경기를 하고 있는가만 생각하라』고 가르쳤다. 그리고 그 자신도 모범이 되어 왔다.
그러나 그와 평생을 친구로 지내온 출판업자 「찰리·돈톤」씨에 의하면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그는 정말로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다. 그가 사람들앞에서 보이는 모든 것은 의도적인 행동일 뿐이다. 그가 은퇴를 결정한 뒤 부인과 함께 눈물을 흘리는 것을 여러번 목격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브라이언트」가 어떤 사람이건간에 스스로 자신을 보스로 만들어간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완벽하게 계산된 계획에 따라 순서대로 실천해가면서 선수들위에 군림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 선수들을 손아귀에 쥐고 서서히 절대자로서의 위치를 굳히는 비결을 알아내고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고 「보비·도드」는 덧붙인다(「보비·도드」는 1945년「브라이언트」와 함께 코치생활을 시작, 66년에 은퇴할때까지 1백65승64패8무승부의 기록을 남겼다).
「브라이언트」는 38년동안 자신이 살아온 미식축구코치라는 직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결론짓는다.
『미식축구코치에게는 3가지만이 중요하다. 첫째는 선수다. 둘째는 선수들에 대한 뒷받침그리고 세 번째는 수비다.』
실제로 그가 맡았던 팀은 철벽수비를 자랑했고 또 그것이 3백23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한만큼 그의 주장은 옳은 것인지 모른다.
지난 60년대의 여자농구스타플레이어인 김명자씨(38)의 동생인 피터김이 현재 앨라배마대에서 플레이스키커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우리팀의 카리스마적인 존재다. 선수들은 연습중 그가 지나가면 모든 행동을 중지하고 경의를 표할 정도다.』
피터김의 말과 같이「브라이언트」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다. 미국의 온 매스컴은 새해들어 온통 그의 얘기로 지면과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노병은 죽지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맥아더」의 마지막 말을 상기시키면서.

<김인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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