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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크루즈'블루오션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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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7일 오전 경남 거제시 신현읍 장평리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파란색 외관의 여객선 한 척이 안벽에 정박해 있다. 여객선 안에서는 조선소 직원들과 외부 용역업체 직원 수십 명이 내부 인테리어를 휘황찬란하게 마무리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벽면 타일을 붙이고, 크리스털 장식품과 조명을 다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조타실에선 건조 선박을 감리하는 영국인 선급이 첨단 전자동 화재인식 시스템과 항법장치를 점검하고 있었다. 내부를 돌아보니 파란색의 스칸디내비안 블루 계열로 장식돼 있었다. 고급스러운 모자이크 타일에 바닥엔 방음방진 효과가 있는 티크 원목마루와 카펫이 깔렸다.

"선주의 입맛이 예사로 까다롭지 않습니다. 에어컨 배출구와 천장의 색깔이 약간 다르다는 이유로 마감재 교체를 요구할 정도입니다." 여객선설계팀 김광호 차장의 말이다. 마사지 의자가 구비된 슬리핑 룸과 샤워실, 인터넷 카페와 플레이스테이션 룸이 있다. 강한 파도에도 견딜 수 있는 전망용 통유리엔 유럽의 찬서리와 얼음을 자동으로 녹여줄 열선이 들어 있다. 장학수 여객선개발팀 부장은 "고객이 소음과 진동을 적게 느끼도록 설계했으며, 화재 예방과 자동제어 운항시스템은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16일 네덜란드 노포크사에 인도될 예정인 이 여객선은 영국과 프랑스 사이를 오가는 도버해협 카페리로 운항할 예정이다.

◆ 유럽이 독점하는 크루즈선 시장=선박은 크게 여객선과 LNG선.유조선.컨테이너선 등 상선으로 나뉜다. 한국 조선업계는 그동안 상선 분야에선 압도적 우위를 지켰다. 하지만 금액으로 세계 선박시장의 30%(70억 달러)에 달하는 여객선과 크루즈선은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핀란드 크베너마사, 독일 메이어베르프트, 프랑스 아틀란틱 등 유럽 4대 메이커가 거의 차지하고 있다. 크루즈선에는 일본 조선업체도 세 번이나 도전했다가 한 척에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보고 두 손을 들었다.

한국 조선업체들에는 '미지의 블루 오션'인 셈이다. 11만t급 크루즈선은 선가가 4억5000만 달러 수준이다. t당 선가가 4000달러를 넘는다. t당 800달러인 유조선에 비해 부가가치가 훨씬 높다.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다.

◆ '블루 오션'을 찾는 국내 조선업계=국내 조선업체들은 그동안 크루즈선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준비를 차곡차곡 해왔다. 크루즈선의 전 단계인 일반 여객선과 카페리.고속여객선을 건조하며 실력을 쌓았다. 대우조선해양이 2000년 그리스 블루스타와 2001년 이탈리아의 모비라인에 수출한 여객선은 2년 연속 세계 최우수 선박에 선정됐다.

현대중공업은 3년 전부터 크루즈선 시장에 뛰어들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2003년엔 스웨덴의 스테나 페리사에 900명의 승객과 1200대의 자동차를 동시에 실을 수 있는 다목적 여객선 두 척을 인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현대중공업 측은 "다목적 여객선 건조로 이미 크루즈선 건조를 위한 설계 능력을 확보했다"며 "늦어도 2010년엔 크루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삼성중공업에서 건조한 노포크 여객선은 총t수가 3만4500t에 달하며, t당 선가도 2580달러 정도다. 주영렬 삼성중공업 상무는 "이르면 2007년 초호화 크루즈선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 크루즈선이란=100명 이상의 승객을 태우고 하룻밤 이상을 운항할 수 있도록 거주.유흥.오락.휴양 등을 제공할 수 있는 여객선이다. 크루즈선은 특정 항구 사이를 왕복하는 페리선 영업을 하지 않는다. t수 기준은 없지만 대형 크루즈선의 경우 객실이 1200개 수준으로 호텔 신라(507개)의 두 배가 넘는다.

거제=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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