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백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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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오늘아침 중앙일보「새해설계」란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여지점장님의 기사를 자세히 읽었다. 그분의 말씀이 은행이 고객을 찾아 나설때가 되었으며 최고의 친절과 서비스로 업무에 임할 것이며 특히 주부들의 예금성향을 인식해서 가계예금유치에 총력을 다하겠다고는 했지만 나에겐(서민들) 아직도 은행문턱이 높게만 느껴진다.
큰아이 대학등록금을 위해 2년짜리 적금을 계약하고 부금을 붓느라 무던히도 힘겨웠지만그래도 등록금 걱정을 덜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너무도 낮은 금리이지만 한푼이라도 더 늘리느라 만기일이 지나도 내가 필요할때까지 찾지를 않았다.
마지막 부금을 넣고 은행문을 돌아나오던 그때의 그 뿌듯한 심정은 표현할 길이 없었다.
더구나 마지막 부금을 붓고 한달을 기다릴때는 매달 잘도 다가오던 입금날과는 달리 동지섣달 긴긴밤 만큼이나 굼띠기만 하였다.
그런데 내가 막상 설레는 마음으로 적금을 찾으려 갔을때의 실망은 너무나 엄청난 것이었다. 내가 창구에 통장을 내밀었을 때 두 사람의 직원이 함께 그 통장을 들여다 보더니 대뜸『겨우 백만원이군』하면서 킬킬거리는 것이 아닌가?
겨우 백만원! 겨우 백만원! 기분 나쁜웃음소리는 평생 잊을수가 없을 것이다. 그 무참하고분함에 두 다리는 가늘게 떨리며 전신에 맥이 싹 빠져나가는 것이 꼭 바람빠진 고무풍선 같았다.
그나마 담당자가 없으니 내일 오라느니 주민등록증이 있어야 하느니, 몹시 까다롭게 굴기에 반우격다짐으로 1시간40분을 기다린 결과 정말 겨우 l백만원도 못되는 돈을 손에 쥐었다.세금계산서를 첨부해 달라는 나를 딱 노려보더니 떼어주는 계산서엔 종합소득세등 공제액이2만원이 넘었다.
1백만원을 우습게 여기는 직원의 가정이 재벌이 아닐바에야 그러한 추태는 고객들보다는자기네가 우위라는 관료의식의 소산이 아닐까.
은행은 가계성 예금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기전에 먼저 직원들이 친절하고 겸손한 자세를 갖춘다면 우리 서민들이 마음편히 은행문턱을 드나들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예금유치는 목표액을 훨씬 능가하지 않겠는가.

<부산시동래구사직동158의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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