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국방위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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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에 의한 한국방위전략이 바뀌어도 일반국민들은 그것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카터」행정부가 주한미군을 완전히 철수할 계획을 세운 경우나, 그 뒤 그 계획을 취소한 경우는 워낙 중요한 정치적인 쟁점이어서 한국, 미국 심지어 일본 신문과 방송에 널리 보도되고 해설과 논평의 대상이 되었었다.
그러나 지난 22일「에드워드·마이어」미 육군참모총장이 서울서 가진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레이건」행정부에 들어와서 한국에서의 미국의 전략에 중요한 수정이 가해진 것이 틀림없는데, 우리들의 대부분은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마이어」총장의 발언 중에 주목할만한 대목은 두 가지다.
하나는 북한이 다시 남침을 하면 필요할 경우 전술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의 전략이 속전속결에서 장기전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77년 4월 15일. 그러니까「카터」행정부발족 석 달 뒤에「버나드·로저스」육군참모총장 (당시)이 기자회견에서 공식으로 밝힌 바에 따르면 미국은 핵탄두전용 미사일인「사전트· 미사일」을 한국에서 철수하는 작업을「포드」행정부 때 이미 시작했다.
「카터」행정부에 들어와서 미국은 사전트 미사일부대를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재래식탄두를 장치하는 지대공미사일「나이키·허큘리즈」를 한국군에 이양하고 있다고「로저스」총장은 밝혔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에「마이어」총장이 북한공격을 저지하는데 필요하면 전술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마이어」총장 발언이 암시하는 것은①「카터」행정부 때 사전트 미사일이 완전히 철수되지 않았거나 그때 완전히 철수되었다가 그 뒤 다시 한국으로 배치되었거나③핵탄두도 사용할 수 있고, 비 핵탄두도 사용할 수 있는 나이키 허큘리즈로 전술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것으로 해석이 된다.
그밖에도 팬텀F-4기로도 전술 핵 폭탄을 투하할 수 있기 때문에「마이어」총장 발언을 지나치게 한정적으로 해석할 수 없을 것 같다. 사전트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2백6킬로이고, 평양까지 공격할 수 있어 북한에는 공포의 무기였다.「마이어」총장의 말이 사전트 미사일의 한국 재배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정거리 92킬로인 북한의「프로그·미사일」의 공격거리상의 우위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의미다.
속전구결의 전략이 장기전으로 바뀐 것도 전술핵무기 사용 못지 않게 중요한 사태의 발전이다.
76년 주한 미1군단사령관「제임스·홀림스워드」장군은 소위「9일 전략」을 밝힌바 있다. 그것은 북한이 남침할 경우 한-미 연합군은 B-52를 포함한 모든 화력을 동원하여 적군을 6일 안에 섬멸하고, 적 지역을 3일 안에 소탕하여 전쟁을 끝내는 전략이라고「홀림스워드」장군은 설명했다.
그리나 이번에「마이어」총장은「레이건」행정부에 들어와서 종래의 격렬한 단기·속결전 개념이, 어느 때까지라도 장기·재래전을 수행할 능력을 갖추는 전략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전술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6일 전쟁」이나「9일 전쟁」의 단기전이 장기전으로 바뀔 경우 가장 궁금한 것은 수도서울 방위가 어떻게 되는 가다. 서울은 우리 나라 인구의 22·6%, 산업체의 45·63%, 자동차의 41%, 은행예금의 63%가 몰려있는 한국의 심장부다.
70년대 중반에 서울 사수계획이 확정된 것도 이와 같은 서울의 중요성 때문이었다.
북한의 남침위협은 우리의 일상생활의 일부처럼 되어버렸다. 미국의 고위 군사지도자의 한 사람이 전술핵무기사용까지 포함하는 강력한 대 북한 응징전략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적절한 조치로 생각된다. 북한은 미국의 결의를 과소평가 하거나 오행하지 말아야한다.
전쟁이 일어나서 그 전쟁에 이기는 것보다는 전쟁을 방지하는 것이 최상의 승리다.「마이어」총장의 기자회견이 북한의 전쟁도발 충동에 다시 한번 확실한 제동을 걸어서 한반도에서 핵무기가 사용되는 사태를 방지하는 효과를 낼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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