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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물러 터진 대응이 물류파업 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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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사태가 악화 일로인데도 정부가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다. 과연 정부에 위기관리 능력이 있는지 답답하다.

운송거부를 처음 시작한 포항지부와의 협상은 타결됐지만 사태는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의 대부분을 처리하는 부산.광양항의 반출입 물량이 평소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지고 있다.

2~3일 더 운송거부가 지속되면 수출길은 막히고, 공장 가동이 멈추고, 외국선사들이 일본이나 중국으로 옮겨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어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운송 위기 가능성이 있을 때 위법에 대해선 법 집행을 엄정히 하라"고 지시했다.

컨테이너 이동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수출대란이 불보듯 뻔한데도 여전히 대화를 강조하고 '운송 위기 가능성' 운운하는 것은 너무나 안이한 판단이다. 이렇게 물러터진 대응을 하니 화물연대 측에서 정부나 공권력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포항지부와의 합의 때 불법행위로 고소된 11명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것이 좋은 예다. 이들의 위법은 위법이고, 정책 개선은 개선이다.

이 두 가지를 비빔밥을 만들어 놓으니 겉으론 해결됐으나 안으로는 곪는 것이다. 대통령이 화를 내니 책임 모면을 위해 무슨 수단이든 써 운송거부 상황만 풀면 된다는 단견이 사태를 더 꼬이게 만든 것이다.

법을 위반해도 처벌받지 않고, 요구조건을 다 들어주니 누군들 사실상 파업인 운송거부를 마다하겠는가. 그러니 불법행위가 확산되는 것이다.

타협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 운송거부가 불법이라면 불법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태해결에 급급한 나머지 무엇이 원칙이고, 무엇이 편의주의인지 구별을 못 하니까 한쪽을 해결하면 다른 쪽이 또 터지는 것이다.

먼저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현실의 불합리한 점은 시정해 가야 한다. 경찰력 투입이 필요하다면 투입해야 한다. 컨테이너 출입을 봉쇄하는 일은 분명히 불법이다. 이를 해산시키고 주동자는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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