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박 대표 150분 팽팽 … 합의문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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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7일 오후 청와대에서 회담을 열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연정 및 민생경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으나 별다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2시간 반 동안의 회담은 합의문 없이 끝났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대연정 제안에 대해 "지역구도를 극복하고, 선거제도를 개편해 정치가 불신.대립에서 신뢰.대화하고 타협하는 문화로 가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경제.민생을 걱정하니 경제.민생만 맡든지 국정을 다 맡아도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민생경제를 위한 초당적 거국 내각 구성을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권력은 국민이 부여한 것으로 나눌 수 없다"며 "권력을 가진 만큼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또 "대통령은 무엇보다 경제.민생에 전념해야 한다"며 "야당은 야당대로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노 대통령의 초당적 거국 내각 구성 제의에 대해 "결국 연정의 한 형태"라며 "말씀을 거둬 달라. 더 이상 말하지 않길 바란다"고 거부했다.

박 대표는 이어 "지역구도 타파를 명분으로 여권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주장하지만 중선거구제를 시행했던 5공 때 지역대립이 더 심해졌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선거구제만을 바꿔선 지역구도를 해소할 수 없다"며 "행정구역 개편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그 문제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그건 그것대로 가고 선거구 문제가 지역구도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가 거듭 "연정을 하자는 말은 앞으로 꺼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하자 노 대통령은 "또 다른 대화정치의 방안이 있는지 생각해 보겠다"면서도 "상황이 말할 필요가 없다면 하지 않도록 하겠지만, 또 여러 가지 결단이 필요하겠다 싶으면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이날 "내각제 개헌을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박 대표의 질문에 "그럴 생각이 없다"며 "대통령제도 의회 안에서 정책연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 회생 방안과 관련, 박 대표는 이날 ▶유류세, 소득.법인세 등의 감세안▶수도권 규제 완화▶기업가의 투자 의욕 증진▶중소기업 인허가 규제 완화 등을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우선순위 1번은 경제며 의견으로 받아들이겠다"며 "그러나 경제만 하고 있을 수는 없고 다른 정책 얘기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입 등 교육 정책과 관련, 박 대표는 "대학은 학생 선택 자율권을 갖고, 학생도 대학 선택 자율권을 가져야 하며 대학은 상향식 평준화 정책으로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교육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나 선발의 자율로 학생을 한 줄로 세우는 것은 반대한다"며 "서울대 다닌다는 것 자체가 기회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강남 학생이 서울대 60%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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