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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내년 공천 물갈이, 이미지 바꾸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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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수도권의 한나라당 소장파 K의원은 최근 유력 당권 주자 한명을 만났다. 이 주자는 K의원에게 "우리 당의 수구.노쇠 이미지 때문에 수도권 의원들의 고민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내년 총선 때 확실히 물갈이할테니 나를 밀어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야당의 새 리더십을 찾기 위해 열리는 6.17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나라당 당권 주자들의 '물갈이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여권의 신당론에 대한 맞불 놓기의 성격이 있다. 여권의 신당론은 정치판이 바뀌어야 한다는 유권자의 요구를 명분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물 교체가 용이한 정치환경을 만들자는 게 여권 신당론자들의 주장이다. 이 호소가 먹히면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고전하게 된다. 한나라당 당권 주자들의 물갈이론에는 이런 변화 욕구를 외면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대표 경선에 나선 서청원(徐淸源).최병렬(崔秉烈).김덕룡(金德龍).강재섭(姜在涉).김형오(金炯旿).이재오(李在五)의원 등 여섯명은 소속 의원 및 지구당위원장과의 개별.그룹 접촉에서 내년 총선에 경쟁력있는 정치 신인을 영입하겠다며 현역 의원 대폭 물갈이를 약속하고 있다. 현역 의원들의 반발을 의식해 공개 석상에서는 조심스러워하지만 사석 또는 비공개 면담에선 한결같다.

서청원 대표의 경우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물갈이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얘기하기는 조심스럽지만, 대표가 되면 과감한 내부 혁신과 수술을 하겠다"며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싶은 정당을 만들고 싶고, 그런 복안이 있다"고 했다.

崔의원은 "새로 만든 당헌에 명시돼 있는 상향식 공천제를 보장하는 대표가 되겠다"며 "기존 지구당위원장들의 기득권을 약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찾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덕룡 의원도 기자들에게 "개혁과 통합이라는 흐름을 타지 않으면 안된다"며 "그러기 위해선 이 흐름에 적합한 인물을 수혈해야 하며 열린 정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姜의원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총선을 앞두고 어느 정당이든 일정 비율의 후보 교체는 불가피하다"며 "상향식 공천을 하되 중앙당이 좋은 인물을 추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오 의원은 "당의 노쇠함과 경직성, 권위주의와 기득권을 청산하고 쇄신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재오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당 변화의 핵심은 인물 교체"라고 강조했다.

발언 강도와 표현은 다르지만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총선 전에 한나라당에 물갈이 파도가 덮칠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는 어렵지 않다. 여기엔 수도권과 소장층 의원들의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 이들은 당권 주자에게 "당이 지역구도에 편승해 영남권 정당에 안주할 경우 내년 총선은 필패"라며 쇄신방안을 따져 물어왔다.

현재 한나라당 의원 1백53명의 평균 나이는 58.1세, 평균 선수(選數)는 2.18이다. 경남과 경북지역 의원들의 경우 평균 선수는 2.5를 넘는다. 민주당의 평균 나이 57.2세, 평균 선수 1.94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노쇠한 셈이다.

이 같은 쇄신 방안이 당내 보.혁 갈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도 관심이다. 姜의원과 김덕룡.최병렬 의원 등은 당직에서 소외돼 온 개혁파 인사들을 등용해 이들의 목소리를 당론 결정과정에 반영하겠다는 인사 탕평책을 공약했다.

"민주주의를 당내에 구현하겠다"(姜의원), "비주류의 목소리를 의사 결정에 반영하겠다"(김덕룡 의원), "당직 인선에 균형을 이루겠다"(崔의원)고 말한다.

徐대표는 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보수나 개혁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다수의 중도 세력이 양 극단의 목소리를 중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한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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