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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짓밟는 시청률 만능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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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친딸을 며느리로 맞는다는 설정 때문에 방영 전부터 논란을 빚고 있는 SBS ‘하늘이시여’.

드라마 한 편이 방영되기도 전에 '패륜' 논란에 휩싸였다. 친딸을 의붓아들과 결혼시켜 며느리로 삼는다는 충격적인 설정 때문이다.

논란의 대상은 10일 첫 방영되는 SBS 주말극 '하늘이시여'다. SBS는 "딸의 고난을 보상해주려는 어머니의 모성이 중심테마"라며 비윤리적 드라마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시청자 단체들은 "사회 통념상 지켜야 할 수준을 넘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시빗거리 안고 돌아온 임성한 작가=이번 작품을 집필하는 임성한씨는 히트 작가다. '보고 또 보고''인어아가씨''왕꽃선녀님' 등 대부분이 시청률 면에서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항상 논쟁의 중심에 서 있기도 했다. 지나치게 비정상적이고 비틀린 가족관계를 다룬다는 이유다.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게 복수하려고 이복 여동생의 약혼자를 빼앗았던 '인어 아가씨' 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더 충격적이다.

드라마에서 어머니 지영선(한혜숙 분)은 흥신소를 통해 옛날 자신이 버린 딸 이자경(윤정희)을 찾는다. 어렵게 찾은 친딸은 다름아닌 의붓아들 구왕모(이태곤)의 애인이었다. 영선은 '딸을 곁에 두고 싶어' 이들을 결혼으로 이끈다. 친딸을 며느리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뿐 아니다. 자경은 드라마 초기에 호적상 외삼촌(계모의 남동생)인 김청하(조연우)와도 연정을 나눈다. 친모의 의붓아들과 의붓 외삼촌을 동시에 사랑하는 기이한 구도가 성립한다.

◆"시청자도 좋아한다는 건 착각"=기존 드라마들은 가족관계의 비밀이 뒤늦게 밝혀졌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친딸임을 알면서도 의붓아들과 결혼시킨다는 구성이다. 때문에 방송이 앞장서 패륜을 조장한다는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드라마 내용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방송사가 비윤리적인 사회분위기 조장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엔 "건전하고 정상적인 사랑을 그려 달라"는 주문이 잇따른다.

이에 대해 연출자인 이영희 PD는 "힘들게 살아온 자경이 가족이란 울타리에서 행복을 찾는 과정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또 "영선은 친딸을 버린 것에 대해 속죄한다는 의미에서 자경을 며느리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린 딸에 대한 어머니의 간절한 모성이 주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청자 단체인 '미디어 세상 열린사람들'의 전상금 대표는 "시청률에 급급한 나머지 '가족 붕괴'도 불사한다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시청자들이 자극적인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믿는 건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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