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연구소 및 당원 교육위원회의 주요 간부와 강사는 민혁당 또는 내란 관련 사건의 관련자로서 …. ”(결정문 57쪽)
헌법재판소는 지난 19일 통합진보당 해산을 선고하면서 347쪽 분량의 결정문을 공개했다. 본지가 결정문을 심층 분석한 결과 헌재 재판부는 ▶당 지도부와 당의 핵심기관인 당원 교육위원회, 정책연구소의 인적 구성 ▶이들 구성원의 발언 ▶이들이 작성한 문건 등을 주요 판단의 근거로 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 과정에서 통진당 측 은 “경기동부연합에서 활동했던 이들 간의 네트워크는 있으나 운동권 동창회 정도의 의미”라고 주장해왔다. “이석기 전 의원 등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하는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잔존 세력들이 ‘자주파’를 형성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법무부 측 공세에 대한 반박이었다. 재판관 평의에서도 이 쟁점을 놓고 격론이 벌어질 때가 많았다고 한다. 일부 세력의 일탈행위를 근거로 당 전체를 없애는 게 맞느냐는 의문 때문이었다.
재판부는 결정문 54쪽의 ‘피청구인(통진당) 주도세력의 피청구인 장악 및 이념적 동일성’ 부분에서 이에 대한 판단을 제시했다. 당 지도부와 싱크탱크인 진보정책연구원, 당의 강령을 전파하는 당원 교육위원회까지 모두 ‘자주파’ 소속 인물들이 장악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당 주도세력이라고 본 것이다. 결정문은 이어 “이 전 의원 등 소속 국회의원 5명 중 3명은 반국가단체인 민혁당 관련자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안동섭 전 사무총장은 2005~2009년 ‘RO(지하혁명조직) 사건’ 제보자인 이모씨와 함께 주체사상을 학습했다.” "민병렬 전 최고위원 등 2명은 민혁당 조직원이었다.” (54~58쪽)
재판부는 또 자주파에 속한 이들의 발언과 작성 문건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통진당의 목적이 위헌적이라고 판단했다. “북한이 핵을 가질 수밖에 없는 처지를 이해한다”(이상규 전 의원), “북한 미사일은 민족의 자랑이다”(이석기 전 의원), “(천안함 폭침을) 북이 한 것인지 의문이 있다(이정희 전 대표)” 등의 발언들이 근거가 됐다.(49~51쪽) 이어 ‘한국사회의 성격과 변혁전략’ ‘강령해설집’ ‘21세기 진보적 민주주의’ 등의 문건에 나온 내용을 근거로 위헌성을 판단했다.(59~91쪽)
정당의 활동에 대해서는 RO 사건을 주된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 전 의원을 비롯한 내란 관련 회합 참석자들은 국가기간시설을 파괴하는 폭력수단을 실행하고자 회합을 개최했다”(126쪽) “비례대표 부정경선, 중앙위원회 폭력사건 등에서도 민주주의 원리를 훼손한 점을 알 수 있다”(128쪽)고 설명했다.
소수의견을 제시한 김이수 재판관도 이석기 전 의원 등 일부 자주파 세력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304쪽) 하지만 김 재판관은 이들의 잘못을 통진당 전체의 잘못으로 볼 수는 없다는 점을 들어 해산에 반대했다. 또 형사처벌 및 국회 제명절차 등 해산 이외에도 이들을 배제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해산한다고 해도 정당의 이념과 신조를 공유한 당원들의 사상을 없애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해산 결정의 실효성도 없다고 봤다.(306쪽)
박민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