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통진당 자주파, 지도부·정책개발·당원교육까지 장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지난 19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재판관들이 서울 헌재 대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이날 헌재는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고, 실질적 해악을 끼치는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선 정당해산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최승식 기자]

“정책연구소 및 당원 교육위원회의 주요 간부와 강사는 민혁당 또는 내란 관련 사건의 관련자로서 …. ”(결정문 57쪽)

 헌법재판소는 지난 19일 통합진보당 해산을 선고하면서 347쪽 분량의 결정문을 공개했다. 본지가 결정문을 심층 분석한 결과 헌재 재판부는 ▶당 지도부와 당의 핵심기관인 당원 교육위원회, 정책연구소의 인적 구성 ▶이들 구성원의 발언 ▶이들이 작성한 문건 등을 주요 판단의 근거로 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 과정에서 통진당 측 은 “경기동부연합에서 활동했던 이들 간의 네트워크는 있으나 운동권 동창회 정도의 의미”라고 주장해왔다. “이석기 전 의원 등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하는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잔존 세력들이 ‘자주파’를 형성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법무부 측 공세에 대한 반박이었다. 재판관 평의에서도 이 쟁점을 놓고 격론이 벌어질 때가 많았다고 한다. 일부 세력의 일탈행위를 근거로 당 전체를 없애는 게 맞느냐는 의문 때문이었다.

 재판부는 결정문 54쪽의 ‘피청구인(통진당) 주도세력의 피청구인 장악 및 이념적 동일성’ 부분에서 이에 대한 판단을 제시했다. 당 지도부와 싱크탱크인 진보정책연구원, 당의 강령을 전파하는 당원 교육위원회까지 모두 ‘자주파’ 소속 인물들이 장악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당 주도세력이라고 본 것이다. 결정문은 이어 “이 전 의원 등 소속 국회의원 5명 중 3명은 반국가단체인 민혁당 관련자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안동섭 전 사무총장은 2005~2009년 ‘RO(지하혁명조직) 사건’ 제보자인 이모씨와 함께 주체사상을 학습했다.” "민병렬 전 최고위원 등 2명은 민혁당 조직원이었다.” (54~58쪽)

 재판부는 또 자주파에 속한 이들의 발언과 작성 문건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통진당의 목적이 위헌적이라고 판단했다. “북한이 핵을 가질 수밖에 없는 처지를 이해한다”(이상규 전 의원), “북한 미사일은 민족의 자랑이다”(이석기 전 의원), “(천안함 폭침을) 북이 한 것인지 의문이 있다(이정희 전 대표)” 등의 발언들이 근거가 됐다.(49~51쪽) 이어 ‘한국사회의 성격과 변혁전략’ ‘강령해설집’ ‘21세기 진보적 민주주의’ 등의 문건에 나온 내용을 근거로 위헌성을 판단했다.(59~91쪽)

 정당의 활동에 대해서는 RO 사건을 주된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 전 의원을 비롯한 내란 관련 회합 참석자들은 국가기간시설을 파괴하는 폭력수단을 실행하고자 회합을 개최했다”(126쪽) “비례대표 부정경선, 중앙위원회 폭력사건 등에서도 민주주의 원리를 훼손한 점을 알 수 있다”(128쪽)고 설명했다.

 소수의견을 제시한 김이수 재판관도 이석기 전 의원 등 일부 자주파 세력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304쪽) 하지만 김 재판관은 이들의 잘못을 통진당 전체의 잘못으로 볼 수는 없다는 점을 들어 해산에 반대했다. 또 형사처벌 및 국회 제명절차 등 해산 이외에도 이들을 배제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해산한다고 해도 정당의 이념과 신조를 공유한 당원들의 사상을 없애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해산 결정의 실효성도 없다고 봤다.(306쪽)

박민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