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섬유…두루마리 디스플레이 '영화 속이 아닙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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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인 '국제 전자 전람회'(IFA)가 열리고 있는 독일 베를린의 '메세 베를린' 전시장. 1000여개 업체들이 전시관을 빌려 신제품을 자랑하고 있다. 이 중 필립스 전시관에 따로 마련된 '퓨처존'은 관람객의 인기를 한 몸에 모았다. 상용화가 아직 안됐지만 가까운 미래에 보게 될 신기술을 선보이는 공간이었다.

퓨처존 한 쪽에 '특별한' 쿠션과 백팩이 놓여 있었다. 천 안에서 불빛이 나오고 있었다. 섬유가 자연스럽게 빛을 퍼뜨리기 때문에 부드러운 느낌을 줬다. 비밀은 부드러운 직물 속에 발광 다이오드를 심어놓은 것이다. 기판 대신 천에다, 수 대신 전구를 놓은 셈이다. 센서가 달려 있어 조명 부위를 누르면 꺼지거나 밝기가 조절된다.

그 옆엔 '리디우스'라는 브랜드의 e리더(전자문서 판독기)가 자리 잡았다. e리더의 양쪽 끝을 잡아당겼더니 두루마리처럼 돌돌 말린 화면이 쫙 펼쳐졌다. 비닐 같이 얇은 화면이지만 문자와 그래프가 제대로 보였다. 내용을 다 읽으면 다시 말아 공간을 절약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퓨처존 중앙엔 42인치 입체 LCD 모니터가 보였다. 특수 안경을 쓰지 않고도 화면에서 사물이 튀어나와 보일 정도로 생생한 3차원 영상이었다. 10월 시중에 출시되는데 광고나 프레젠테이션, 의료용으로 쓰일 전망이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나왔던 가상 입체화면(공중에 입체 영상을 표시)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한다. '볼 트래커' 앞엔 관람객이 늘 붐볐다. 이 장치는 스포츠 중계 시청자를 위해 만들어졌다. 리모컨 스위치를 누르면 TV 화면에서 축구장이 펼쳐진 파노라마 모드로 보였다. 또 축구공의 움직임 자국이 남았다. 특히 골 장면을 생생히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필립스 관계자는 "작은 휴대전화 화면으로 축구경기를 시청하면 공이 잘 안보였는데 이 장치를 달면 해결된다. 앞으로 DMB폰에 많이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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