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대피가 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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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시도 아닌 요즈음 세계는 핵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이 공포의 주범은 지금 추락 중에 있는 소련의 첩보위성 1402호. 이 위성의 궤도는 세계의 인구밀집 지역이 모두 포함되는 북위64·9도∼남위 64·9도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처지다. 특히 추락지점이 예견되고 나서의 시간은 90분뿐이므로 사실상 위성추락에 대응할 방법은 거의 없는 셈이다. 북미방공사령부 (NORAD) 는 위성 추락에 따른 피해면적이 한반도 전체면적(22만 평방km)의 2배가 넘는 51만8천 평방km라고 발표, 일단 추락지역에 들어가면 속수무책일수 밖에 없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거기다가 소련은 코스모스위성 원자로부분의 구조를 자세히 밝히지 않고 있어 지상에 미칠 방사능의 피폭 량 등 정확한 피해예상의 산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러면 오는 23일께 추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코스모스1402호가 불행하게도 인구밀집 지역에 떨어질 때 어떤 방식으로 대피해야하고 그 피해에는 어떤 것이 예상되는가를 과기처 발행 『핵 전하의 방어요령』 『방사선 장해와 방사선관리』등을 근거로 살펴본다.

<정확한 피해 산출 불능>
방호요령
방사선방호에는 기본적으로 3가지의 원칙이 있다. 첫째는 노출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 둘째 차폐시킬 것, 세 째 먼 거리를 유지할 것 등이다. 이중 차폐와 거리유지는 시간보다 우선한다. 방사선은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인체에 유해하기 때문에 절대로 방사성물질에 접근하는 것은 피해야한다.
이밖에 떨어지는 소련의 인공위성은 우라늄235와 스트론륨을 포함하고 있는데, 스트론륨은 방사선 중 특히 베타선이 강력하게 나오고 감마선도 방출한다.
에너지가 큰 베타선은 유리· 알루미늄·플래스틱 등으로도 차폐가 가능하다. 방사선 가운데 감마선은 가장 투과력이 강하다. 감마선을 막기 위해서는 두꺼운 납이나 콘크리트로 차폐시켜야한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방사선을 가진 인공위성이 떨어졌을 때 자기 몸을 최대한 차폐할 수 있는 방공호 등의 대피호로 피신하는 것이 방호 요령이 된다.

<파편 떨어져 오염확산>
방사선 피해 및 조치
인공위성이 추락될 때 제일 위험한 것은 원자로의 중심부분이 인구밀집지역에 떨어지는 것이며 기타 방사선을 가진 수천 개 이상의 파편이 폭 넓은 지역에 떨어져 그 지역을 오염시키게된다.
여기서 나오는 방사선이 문제가 되는데 스트론튬의 경우 방사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28년이나 돼 장기간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이번의 경우 정확한 피폭량은 산출되지 않으나 일본의 학자들은 1천∼수천 큐리 정도가 아니겠느냐 보고 있다. 이런 양이라면 급성피폭보다는 두고두고 그 영향이 나타나는 소위 지속적인 원자병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장애가 우려되는 인체조직은 조혈계통과 생식선. 조혈계통은 골수와 임파선이 민감하고 크며 백혈구의 감소가 일어난다.
조혈계통에 일어나는 장애 중 가장 무서운 것은 백혈병이며 생식선의 장애는 생식력의 약화나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한 기형아의 출생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은 오랫동안을 두고 나타나므로 즉시 그 피해를 가늠하기는 힘들다.
또 하나의 피해는 발암의 위험성이다. 자연히 암이 발생하는 인체부위는 모두 방사선발암의 대상이 된다. 1렘의 피폭에 의한 발암의 추정위험도는 1백만 명당 백혈병이 20, 기타 치명적 종양이 20, 갑상선 암이 10∼20명 선이다(흉부X선 1회 촬영은 0·05렘에 해당) .
방사선에 일단 오염됐을 때는 바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응급처치가 요구된다.
피부오염은 중성세제를 솔에 묻혀 가볍게 문지르면서 흐르는 물로 씻어내는 게 원칙이다.
상처에 오염됐을 경우는 상처의 입구를 벌려 피를 짜낸 다음 물로 씻는다. 상처에 오염된 먼지 등이 묻었을 때는 비 이온 활성제 용액을 소독 천에 묻혀 닦아내면서 물로 씻는다.
특히 오염된 음식을 먹으면 인체에 방사성 물질이 축적돼 치명적 손상을 볼 수도 있으므로 음식섭취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청소 단시일 내 가능>
낙하물질제거
방사선 파편이 지상에 떨어지면 그 지역은 오염지역으로 선포되고 바로 차폐복을 입은 전문 처리 반에 의해 재거 작업이 시작된다.
지상의 경우는 흙까지 오염되므로 파편들과 함께 흙까지 처리되어야 한다.
문제는 도시 같은 인구밀집지역이나 해안·하천에 떨어지는 경우다. 이때는 주민들의 오염지역 밖 대피가 상당히 어렵고 물을 통한 오염의 확산도 피할 수 없다.
에너지연구소의 김용익 박사(폐기물처리실장) 는 『예상되는 방사성 물질을 처리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우리도 갖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는 외국과의 협조아래 최단 시간 안에 제거에 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과기처는 금주 안에 코스모스낙하에 관한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으로 있다.
방사성 위험물질에 취급과 처리는 현재 과기처와 에너지연구소의 안전성센터에서 기술적인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데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에 대해 많은 도상훈련을 실시한 바도 있어 처리의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액을 사용하는 인공위성이 아직도 많다는 점을 고려,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처하는 기동력 있는 방안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것이 액을 관리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장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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