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5명 의원직 유지 땐 정당 존속과 다름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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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19일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선고하면서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 5명에 대한 의원직 상실도 함께 결정했다. “이들이 의원직을 유지하면 정당해산 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김미희(경기 성남중원)·오병윤(광주 서을)·이상규(서울 관악을) 의원 등 지역구 3명과 김재연·이석기 의원 등 비례대표 2명이 즉시 직을 상실했다. 헌재 결정엔 이의제기 및 불복절차가 없다. 그러나 현행 법엔 정당을 해산한 후 소속 의원들의 신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다. 특히 국회의원의 자격심사와 제명은 헌법상 국회의 자율적 권한으로 보장돼 있다. 이에 따라 헌재가 삼권분립의 원칙을 위배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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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이 선거를 통해 뽑은 국회의원의 자격을 헌재가 상실케 할 수 있는지는 이번 정당해산심판의 주요 쟁점 중 하나였다. 일단 헌재는 “소속 의원들의 자격도 상실케 하는 게 정당해산 결정의 취지에 맞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통진당 의원이 정치활동을 계속하는 한 정당을 해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거였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정당해산을 명하는 것은 헌법을 수호하는 ‘방어적 민주주의’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러한 비상상황에서는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은 부득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해산이 결정된 정당 소속 의원이 직을 유지할 경우 ▶위헌적인 정치이념을 정치적 의사 형성 과정에서 대변하고 ▶그 정치이념의 실현 활동을 허용하게 되며 ▶실질적으로 위헌 정당이 존속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헌재는 통진당 의원의 의원직 상실은 위헌정당해산 제도의 본질로부터 인정되는 기본적 효력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해산 결정을 넘어 의원직 상실까지 한 것은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정당을 해산하더라도 의원직 유지 여부는 국회에서 제명절차를 통해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헌재가 국회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오점을 남겼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헌재는 2004년 이런 상황에 대비해 한국공법학회에 관련 연구보고서를 의뢰했다. 당시 보고서의 결론도 “정당해산 결정을 내리더라도 소속 의원직은 상실보다는 유지가 타당하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공직 선거법 규정도 혼란을 더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192조는 ‘비례대표 의원은 소속 정당의 합당·해산 또는 제명 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변경하거나 2개 이상의 당적을 가지고 있을 경우 퇴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비례대표 의원은 정당 해산으로는 퇴직되지 않는다’ ‘지역구 의원은 퇴직하지 않는다’ 등의 엇갈린 해석을 낳고 있다.

 통진당 소속 지방의원의 자격 상실 문제도 논란거리다. 헌재 김정원 선임부장연구관은 “법무부가 지방의원에 대해서는 의원직 상실 청구를 하지 않아 헌재가 이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통진당은 지난 6·4 지방선거에 515명의 후보를 냈다. 이 중 광역의원 3명(비례대표 3명)과 기초의원 34명(지역구 31명, 비례대표 3명)이 당선됐다. 문명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변인은 “지역구 지방의원의 신분에 관해선 선관위가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고 밝혔다. 따라서 31명의 지역구 지방의원들은 무소속으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중앙선관위는 광역·기초 비례대표 6명에 대한 자격 상실 문제는 면밀한 법률적 검토를 거쳐 추후 전체회의를 열어 논의키로 했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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