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대한 인식 정상화의 계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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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의 시사통신은 6일「나까소네」(중맹근강홍)수장의 방한에 「다께시따」(죽하등)장상도 동행키로 결정됐다고 보도하면서 『경협 문제에 장상이 가지 않으면 안될 정도의 큰 문제가 남아 있는 것도 아닌데도』 (후등전정청 관방 장관)장상의 동행이 결정된 것은 『한일관계에 새 시대를 긋는 이번 행사』 에 「다나까」(전중)파의 후계자로서 입회, 라이벌「아베」외상과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정치적 배려라고 논평했다. 일본의 패전으로 두 나라 사이의 불행한 관계가 종지부를 찍은지 37년이 지났고 관계 정상화가 이루어진지 17년이 지나도록 피차 수뇌 급의 공식방문 한번 없었다는 기이한 한일관계에 비추어보면 이번 정상회담은 사실상 제2의 한일 정상화라 할 수 있을 정도의 비중을 갖고있다.
그러나 이번 공동성명에는 과거에 불행했던 역사에 대한 반성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그 대신「나까소네」수상이 도착성명을 통해 『과거의 전쟁책임이나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의 자세를 표명할 것』이란 얘기다.
이번 정상회담이 종전 후 처음 갖는 공식회담인 만큼 공동성명에서 명확하게 과거의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의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새로운 한일 관계를 정립한다는 뜻에서도 바람직한 일인만큼 앞으로의 절충과정에서 이 문제는 재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72년 일본과 중공의 국교정상화 때는 공동성명을 통해 『과거에 있어서 일본이 전쟁을 통해 중국국민에 중대한 손해를 끼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또 한가지 주목되는 것은 한반도의 안보정세에 대한 인식문제다.
69년11월에 발표된「닉슨」「사또」 (좌등영작)공동성명에서 『한국의 안건은 일본자신의 안전에 긴요하다』(제7항) 고 밝힘으로써 한국과 일본의 안전을 일체로 보는 태도를 명백히 했다. 이것이 이른바「한국조항」이다.
그러나 69년의 이 한국조항은 75년 「포드」「미끼」(삼목무부) 회담에서 변질되어 『한국의 안전은 한반도 평화유지에 긴요하며 한반도 평화의 유지는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에 필요하다』 (제3항)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이른바 「신 한국조항」이다.
그러나 미일 공동성명에 나타난 한국관계는 77년3월「카터」 「후꾸다」회담에서 더욱 후퇴했다.
이 성명은 『일본 및 동아시아전체의 안전을 위해 한반도에 있어서의 평화와 안정의 유지가 계속 중요하다는데 유의하고 한반도에서 긴장완화를 위해 계속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신한국조항」 또는 「한반도 조항」이라 불리는 이 성명내용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전면에 부각되고 한국의 안보는 이름조차 거론되지 앉았다.
「나까소네」 정부의 한국 및 한반도에 대한 인식은「나까소네」수상의 미국 방문을 전제로 작성한 「일본외교정책」 (82년12월)이란 자료에 명백히 설명되고있다.
이에 따르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일본의 안전과 동아시아 안정에 중요하다. 일본은 이 지역에서 한국의 평화가 유지될 것을 열렬히 바란다.
일본은 미군의 한국주둔과 한국의 방위노력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 왔음을 높이 평가한다】고 돼있다.
그 내용은 75년 「미끼」「포드」공동 성명의 「신한국조항」을 그대로 답습하고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본은 주한미군의 존재와 한국의 방위노역을 평가하고 북의 위협이 상존 한다는 점을 인정함으로써 일단 우려의 기대에 맞추어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일본의 외교정책」은 다른 한편으로 『북한과 무역·경제·문화·기타 분야에서 점진적으로 교류를 구축해나간다』 는 방침을 밝힘으로써 양다리외교의 속셈을 감추지 않고 있다. 【동경=신성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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