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봉사한 우리를 왜 거북해 하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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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친애하는 고객여러분. 로스차일드은행의 국유화로 저희 가족이 라피트가 1번지에서 1세기반동안 이끌어왔던 사업에 종지부를 찍게됐읍니다. 가문의 이름과 회장자격으로 고객여러분께 작별을 고하게된 것은 제게 있어 크나큰 영광이며 동시에 슬픔이 아닐 수 없읍니다』 지난2월「미테랑」사회당 정부의 은행 국유화조치로 로스차일드은행이 국유화하기 직전 프랑스「로스차일드」가의 가장이며 이은행 회장인 「기·드·로스차일드」남작(72)은 이렇게 시작되는 장문의 편지를 모든은행 고객들에게 보냈다.
유럽사람들에게 부의 상징으로 군림해온 「로스차일드」 가의 기나긴 역사 속에서 획기적인 한 장을 장식하는「사건」이었다.
로스차일드은행이 국유화하면서 이집안 사람들은 차례로 미국이나 영국으로 떠났고 남아있는 사람들도 프랑스를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사회당정부의 기간산업및 은행국유화단행이후 기업체는 상당수의 최고경영자가 유임됐으나 은행은 모두 새 경영책임자가 들어섰다.
국유화이후 유럽은행 (Compagnie Europeenne de Banque)으로 이름이 바뀐 로스차일드은행은 지난 63년부터 69년까지 로스차일드그룹의 총지배인으로 있었던「미셸·드·브와시으」씨 (64)가 최고책임자로 임명됐다.
아직 은행들의 금년도 사업실적이 집계되지않아 구로스차일드은행의 국유화이후의 경영실태를 가늠할수는 없으나 대부분의 국영기업체와 마찬가지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사회당정부는「유럽은행」이 소유하고 있는 각종 기업재산과 부동산을 금융회사인 쉬에즈그룹이 인수토록 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정부안대로 쉬에즈그룹이 유럽은행의 각종 재산을 인수하게 되면 구로스차일드은행이 이메탈, PLM호텔 체인등에 갖고 있딘 주식 지분은 아주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게 된다.
유럽은행 관계자들은 정부의 이같은 구상이 유럽은행으로 하여금 은행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려는 배려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음은「미테랑」사회당정부의 기간산업및 은행국유화구상이 구체화돼가던 작년10월30일 로스차일드은행회장「로스차일드」남작이 르몽드지에 기고했던 글이다. <파리=주원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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