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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도 쏘아붙인 '너나 잘 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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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 3일 밤 베니스 영화제 공식 상영장인 살라그란데 극장의 황금사자상 앞에 나란히 선 박찬욱 감독(左)과 이영애씨. 이씨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복집에서 급하게 구한 고운 한복을 입고 나타나 눈길을 모았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가 제62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개막 사흘째인 2일(이하 현지시간) 저녁 팔라갈릴레오 극장은 지난해'올드 보이'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감독의 신작을 보러온 기자들로 1000석이 모두 메워졌다. 다음날 열린 기자회견에도 전세계 200여 기자들이 성황을 이뤘다.

이탈리아어.영어 자막을 곁들인 시사회에서는 잔인한 설정 속에 심어 놓은 박 감독 특유의 유머가 외국 언론에도 통했다. 극 중 금자씨가 "너나 잘 하세요"(Why don't you screw yourself)같은 대사를 던질 때는 어김없이 웃음이 터졌다. 영화가 끝나자 객석에선 큰 박수와 휘파람 소리가 터져나왔다. 심각한 표정을 짓는 이도, 눈물을 닦는 이도 보였다.

극장 문을 나서던 스페인 마르토델 라디오의 기자 데이비드 미젠스는 "빼어나다. 그러나 '올드 보이'만큼 꽉 짜인 내러티브는 없다. 그랑프리까지는 몰라도 수상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기자 안도네랄 네이는 "아름답다. 아직 영화제 초반이지만 지금껏 상영된 경쟁작 가운데 리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과 함께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것 같다"고 답했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1960년대 목장을 경영하는 두 미국 남자의 얘기. 50년대 미 상원의원 매카시를 다룬 조지 클루니 감독의 '굿 나잇 굿 럭'과 함께 좋은 평을 듣고 있다.

국내 개봉 때처럼 '잔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탈리아 영화 관계자 마틸데 펜나키는 "피가 너무 많다. 때로는 필요하지만, 그렇게 필요하지 않은 장면도 있었다. 그래서 영화가 잔인하게 비친다"고 말했다. 반면 크로아티아 기자 즈베즈다나 팰레네는 "어린이 유괴와 살해라는 심각한 얘기인데도 유머를 잃지 않고 끌고가는 방식이 상당히 매혹적"이라고 평했다.

3일 기자회견에서는 미국.유럽 언론은 박찬욱 감독의 작품세계에, 중국.홍콩 등 아시아 언론은 드라마'대장금'으로 대대적인 인기를 누리는 배우 이영애씨에 관심을 집중했다. 회견직후 이씨에게 사인을 받으려는 기자들이 몰려 큰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영화제는 10일까지 계속된다.

베네치아=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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