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할 일 위원회가 하면 경제 황폐화로 이어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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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은 '좌파'라는 악성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

"민주화 이후 반(反)시장적인 경제정책이 홍수를 이뤘다."(최광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

'자유지식인선언'소속의 경제학자들이 한국에서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가 2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 시대, 왜 자유시장인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민 교수는 "한국은 '지적 자만'이라는 좌파 바이러스에 걸렸다"고 주장했다. 개혁주의자들이 사회경제구조가 마음에 안 들면 뜯어고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이 할 일을 지금처럼 각종 위원회가 하게 되면 결국 경제 황폐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 교수는 이어 분배에 집착하는 도덕적 위선도 이 같은 좌파 바이러스의 하나라고 지적하고 치료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경제가 해법임에도 한편으론 좌파의 길을 걷는 모순을 해결하려면 '싱크탱크(두뇌집단)'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단체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최광 교수도 주제발표에서 "정권에 관계없이 사유재산권을 부인하거나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책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고 지적했다. 경제가 살아나려면 이러한 관행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외환위기 이후 반시장적 기업 퇴출, 대기업 간 빅딜, 일률적 기업지배구조 등을 반시장적 정책의 예로 들었다. 참여정부와 관련해서도 "자유시장경제가 기조라고 밝히고 있지만 정부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수요.공급의 원리를 무시하는 부동산 정책이나 국토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올 균형개발정책 등은 시장질서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지식인선언은 한국사회의 자유와 정통성.헌법가치를 수호한다는 목적으로 지난달 초 550여 명의 지식인이 모여 만들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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