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까소네」일 수상 내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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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나까소네」(중조근강홍) 일본수상의 방한발표는 한일 경제협력의 정치적 타결이 시간문제로 남아있음을 의미한다. 두 나라의 수뇌들이 만나서도 최대현안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국과 일본은 경제협력에 관한 의견충돌과 역사교과서 파동으로 충격을 받은 우호협력 관계를 가까운 시일 안에 회복하기는 어렵다고 보아야한다.
따라서「나까소네」수상이 취임 한 달을 조금 넘긴 시기의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데 동의한 것으로 보아서 양쪽이 모두 경제협력의 정치적인 타결을 위한 분위기가 성숙되었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
경제협력 문제는 거의 2년을 끌어오는 문제다. 지난여름 역사교과서 파동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되기 직전에 한국과 일본은 40억 달러라는 경제협력 규모에만 대체적으로 합의를 본바있다.
경제협력 총액 40억 달러는 한국에 의한 대폭 양보다. 솔직히 말해서 그것은 국민들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의 후퇴였다.
우리는 당초 일본에 정부차관 (ODA)60억 달러, 상업차관 40억 달러를 합친 1백억 달러의 경제협력을 요청했다.
협상은 상대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협상인 이상 액수와 조건이 우리의 최초의 요구대로 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의 국내사정을 고려하여「안보경협」에서「안보」를 삭제하는데 동의했다. 그것은 명분상의 후퇴였다.
그러고도 경제협력 규모에 관한 견해차가 좁혀지지 앓고 있다가 총액 40억 달러로 타협을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역사왜곡 사건으로 경제협력 논의는 그이상의 진전을 못 본 채「나까소네」내각의 등장을 기다려야 했다.
「나까소네」수상은 다행히 스타일은 매사에 적극적이고, 전반적인 안보관은 미일 안보협력의 테두리 안에서 일본방위력의 강화를 중시하고, 한국에 대해서는「후꾸다」(복전규부)이래 어느 수상보다도 이해하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다.
그가 지난 11월 국제전화로 전두환 대통령에게 취임인사를 하고 수상으로서의 것 해외여행을 한국으로 한다는 사실이 한일우호의 회복에 대한 그의 적극성을 설명하는 것이다.
한-미-일 협력은 전후 동북아시아지역 안정의 전제다. 한일 우호관계가 정착되지 않으면 한-미-일 3각 협력체제는 기반을 잃고 동북아시아의 안정자체가 위협을 받는다.
이렇게 보면 한일경협의 타결은 시간을 다투는 일이다. 이 문제는 일본대장성 관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일본중심의 소국 적인 타산으로만 따질 일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가 여러 차례 강조한바 있다.
우리는「나까소네」수상의 한국방문을 환영하면서 이번 기회에 경협문제가 완전히 타결되기를 바란다. 일본은 40억 달러의 구성을 ODA 15억, 수출입은행 융자 25억 달러로 제안했는데 그것은 한국이 수락할 수 없는 것이다.
규모가 40억 달러로 대폭 축소된 이상 그것은 전액 ODA차관이어야 한다.
일본은 한일 국교정상화 이래 누적된 우리의 대일 무역적자를 고려에 넣어야 한다. 무역적자는 별개의 문제라고 일본은 고집하지만 국제관계의 어떤 분야도 진공상태에서 일어나거나 다루어지는 것은 없다.
경제협력 문제는 한일관계 전체의 연관 속에서 일본안보에 대한 한국의 기여, 우리의 대일 무역적자, 한-미-일 협력관계, 한일 경제관계의 전체적인 불균형 등과 유기적인 관계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한일간 정치적인 현안이던 김대중씨도 출국했다. 2월에는「슐츠」미 국무장관도 방한한다. 「나까소네」수상의 방한은 한일뿐 아니라 한-미-일 협력의 강화로 80년대 아시아-태평양지역 안정의 기초를 마련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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