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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살 배롱나무에 ‘백의정승’ 윤증 선생의 기품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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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한 미가 돋보이는 충남 논산 명재고택. 고택 주변에 장독 수백 개가 줄지어 있다.

충남 논산 노성면에 가면 ‘정갈한 한옥’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집이 있다. 조선 숙종(1674∼1720) 때 학자 윤증(1629~1714) 선생이 살던 ‘명재고택’이다. 집 뒤편 노성산 자락과 어우러진 고택은 곡선미가 아름답고 과학적인 공간 배치도 빼어나다.

윤증은 임금이 내린 벼슬을 18번이나 사양했을 만큼 대쪽 같은 선비였다. 당대 사람들이 산촌에 묻혀 학문과 덕 쌓기에 열중한 선생을 ‘백의정승’이라 불렀다. 동학혁명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도 고택이 소실되지 않았던 건, 선생이 덕을 많이 쌓아서라고 한다. 선생의 성품은 고택에도 고스란히 배어 있다. 울도 담도 없는 집, 삼백 살 먹은 배롱나무만 봐도 선생의 기품이 느껴진다.

고택 구조는 독특하다. 안채는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좌우 대칭 구조다. 안채 앞에는 사랑채가 있어 전체적으로 ㅁ자 형이다. 사랑채에서 안채로 넘어가는 길에는 벽이 있다. 여자의 공간인 안채를 남자가 함부로 볼 수 없게 했다. 대신 벽 아래로 틈을 내 신발을 보고 누가 오는지 알 수 있도록 했다. 안채 옆 곳간 2채는 북쪽으로 갈수록 간격이 좁아진다. 여름에는 바람이 잘 들어 서늘하고, 겨울에는 북풍이 들지 않는다. 온갖 살림을 재 놓을 수 있는 곳간의 기능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사랑채는 큰 사랑방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대청, 왼쪽에 누마루가 있다. 뒤에는 작은 사랑방과 안사랑방, 대문간이 이어진다. 객실로 묵을 수 있는 곳은 안채 건넌방과 사랑방 등 7개다. 사랑채를 통째로 예약해 독채로 쓸 수도 있다.

고택 오른편에는 장독 수백 개가 줄지어 있다. 한겨울이면 눈 쌓인 장독대가 장관을 이룬다. 국산 해콩과 천일염, 우물에서 길은 물로 담근 장맛도 일품이다. 투숙객은 아침 식사가 무료다. 매일 아침 윤증 선생의 13세손 윤완식(58) 씨가 고택의 역사와 문화를 들려준다. 종가집 음식체험을 비롯해 다례·천연염색 등 유료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객실 예약은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한옥스테이(hanokstay.or.kr)에서 하면 된다. 041-735-1215.

최승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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