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자들 "고이즈미를 엄호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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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11일 실시되는 일본 총선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우세가 점쳐지면서 일본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고이즈미 주가'라는 말도 생겨났다.

주가 급등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적극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의 이 같은 동향은 고이즈미가 이길 경우 우정(郵政)민영화 등 구조개혁 작업이 가속화돼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우정민영화가 실현되면 350조 엔 규모의 우체국 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증시로 유입돼 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계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일본 투자자들이 고이즈미 지지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본 유권자 중 부동층은 현재 30%에 이른다.

미국과 유럽의 연금.투자신탁 및 헤지펀드들은 지난달 8일 중의원 해산 후 2주간 1조엔 이상 주식을 샀다. 주가는 매주 연중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닛케이지수는 1일 1만2500엔선을 돌파했다. 4년1개월 만의 최고다. 중의원 해산 직전인 지난달 5일 이후 7% 가까이 오른 것이다.

UBS증권의 시라카와 히로미치(白川浩道)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 장세는 경기지표 호전이란 재료가 있지만 외국인, 특히 미국의 기관투자가들이 고이즈미의 분투를 기원하는 '격려 장세'의 성격도 강하다"고 말했다. 미국 투자자들은 민주당이 집권하면 이라크에서 자위대를 철수시키는 등 미.일 관계가 나빠져 외국계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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