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슐츠」미 국무의 내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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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는 내년 봄께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있을 것을 기대했다. 그는 81년 2월 전두환 대통령의 방미 때 방한 초청을 수락한바 있고 올 후반기부터 그의 한국, 일본, 중공 등 아시아 순방이 자주 거론되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이건」은 83년보다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84년에 아시아를 방문하는 것이 자신이 재선을 위해 출마할 경우 정치적으로 큰 플러스가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
「레이건」이 못 오는 대신 「조지·슐츠」국무장관이 2윌 6일부터 사흘동안 한국을 방문한다고 발표되었다. 대통령 대신 국무장관이요, 또 한미간에 해결을 서둘러야 할 뜨거운 쟁점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6개월 전에 「헤이그」의 뒤를 이어 국무장관이 된「슐츠」의 첫 방한이라는 점에서 두 나라간의 우호·동맹관계의 재확인에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슐츠」 장관은 일본과 중공을 거쳐서 한국에 오기 때문에 동북아시아라는 넓은 시야에서 한반도 문제가 논의 될 것이라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때마침 중공과 소련이 불화의 해소를 위한 예비 회담을 시작하고 있어 동북아시아 정세의 내일은 불투명한데가 있다. 중공은 한편으로는 소련과의 대치 상태를 완화하여 군사적인 부담을 덜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제도까지 가미한 경제 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어 그 대외정책의 노선이 한층 신축성 있게 운영될 조짐이다. 이런 현상은 미국이 「차이나 카드」를 쓸 수 없게 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우방과 동맹국으로서 새로운 의미를 갖게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슐츠」 장관을 맞아 모처럼 부담 없이 국철과 우호의 입장에서 한미 안보협력과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가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한국이 구체적으로 미국에 요청하고 있는 협조사항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 중요한 것이 군사 차관 (FMS) 조건의 개선과 우리 국산 제품의 제3국 수출이다.
미국은 81회계 연도에 1억2천만 달러, 82회계 연도에 1억6천6백만 달러의 군사 차관을 한국에 제공했는데 이 액수의 증액이 우리에게는 시급하다.
차관 조건에 있어서도 이율과 상환기간을 완화하라고 우리는 미국에 거듭 요구해왔다. 예를 들면 현재의 군사차관 금리는 14 %인데 거기에는 미국 정부에 의한 지불 보증에 따르는 수수료까지 들어있다.
이제부터 군사 차관은 한국 정부가 미국 수출입 은행으로부터 직접 제공받도록 하여 이자부담이라도 낮출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한다.
우리의 방산 시설은 현재 50% 정도밖에 가동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의 방산 시설은 비 공산 아시아 지역의 공동의 병기 참 같은 구실을 할만한 능력을 갖고있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한국이 방산 제품을 제3국에 수출할 수 있는 길을 터 주어 아시아의 유사시에 대비한 지역 차원의 방산 시설을 유지하는 동시에 한국의 경제를 돕는 일에 적극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은 국무장관이 단독으로 결정할 일이 아님을 우리는 안다. 그러나 「슐츠」 장관은 그가 국무장관으로 처음 방문하는 한국에서 북한의 위협이 어느 정도인가의 인식 위에서 한국의 입장을 미국의 정책에 반영시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할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위협이라면 우리는 북한, 미국은 소련을 먼저 생각한다. 이런 인식의 차도 두 나라 지도자간의 충분한 토의를 통해서 극복되고 조화를 찾아야 한다.
시기적으로「슐츠」국무장관의 방한은 한미간에 우호 무드가 고조 된 때에 해당한다. 금년 한해는 한미 수교 1백주년 행사가 꼬리를 물었다. 최근 들어서는 우리 정부에 의한 김대중의 병원 이감, 도미 허가 결정으로 한미간의 분위기는 쾌청한 가을 하늘을 연상시킨다.
이런 배경에서 이루어지는 「슐츠」국무장관의 방한이 두 나라 동맹관계를 다시금 재확인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불경한 일이 없는 시기에 중·장기적인 협력 방안이 논의되어 그의 방문이 의례적인 것이 될 것을 기대한다.
두 나라 외상들이 아무런 정치적 부담 없이 그리고 더러는, 얼굴을 붉히면서 외교적 줄다리기를 해야하는 현안문제 없이 만나는 기회는 실로 오랜만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는 한미간의 실질적, 생산적 유대관계 강화의 기반이 굳게 다져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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