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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축제의 참모습을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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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이비 향토축제가 판을 치고있다는 비판이 일고있는 가운데 향토축제를 전문적으로 연구·육성할 기구가 전문학자들을 중심으로 발족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있다. 이름하여「향토축제협의회」-.
「인멸·변모해가는 향토축제를 민족축제로 육성·정착시킬것』을 목적으로, 민속신앙 역사연극 국악 무용등 각계의 전문학자 30여명이 참가하고 있는 이 협의회의 회장에는 유홍렬박사(학술원 원로회원)가 추대됐고 김태곤(경희대)이상. 이상일(성균관대) 장전근(경기대) 한만영(서울대) 김매자(이화여대) 교수등이 가동작업으로 분주한데 지난 18일엔 첫 연구발표회도 가졌다.
향토축제협의회가 현재 구상중인 활동내용을 보면 ▲각지역의 향토축제를 조사, 민족축제로의 기반 검토 ▲전형적인 민족축제의 표본 선정 ▲선정된 민족축제의 표본에 대한 원형검출과 복원 ▲민족축제의 현대적기능개발 연구 ▲연구결과의 모델을 보급, 정착시키는 작업등이다.
처음으로 이 협의회의 발족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지난 9월. 당시 경희대 민속학연구소주최 심포지엄 「향토축제의 새로운 검증」에서 학자들은 현행 향토축제에 심각한 회의와 우려를 제기하면서 이의 새로운 모색이 시급하다는데 의견을 모은바 있다. 인위적이며 현장에서 유리된 우후죽순격의 향토축제, 관주도의 모조민속. 이에 더하여 현대오락산업의 시녀로까지 타락한 「축제」현실에 대해 자성의 자리가 마련됐던 것.
『향토축제는 지역성과 그 지역공동체의 구성원인 민중과 그들의 상상력에 의해서 이뤄지지요.』
이상일교수의 얘기다. 향토라는 흙의 관념없이, 축제를 즐기는 주제로서의 민중없이, 그들의 꿈을 펼치는 상상력없이 축제는 존재할 수 없다는것.
이교수는 현기증나는 현대의 속도에 밀려 불안과 초조속에 자연과 멀어진 우리의 삶을 위해 우리의 축제가 회복돼야하며, 유구하게 우리의 집단적 정서였민 신명과 신바람을 되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오늘날 축제전통의 단절은 바로 일제가 남진 상처의 하나라고 지적한 이교수는 이제 우리의 축제를 찾고자 하는 강렬한 여건의 성숙으로 80년대는 민족축제 회복의 10년이 될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교수는 협의회의 활동이 여태까지의 관주도형 내지 전통적 민속축제형 행사가 밟아왔던 실패의 경험을 토대로 축제를 회복하는 하나의 운동이 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 운동은 학구적이면서 동시에 실천적인 작업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점에서 협의회가 펼칠 활동중 민족축제의 표본 선정작업은 특히 눈길을 모은다.
10개년 계획으로 매년 4곳씩 모두 40곳의 축제를 선정, 발굴할 방대한 계획으로 우선 1차년도엔 ▲중부지방의 남이장군당제(서울) ▲영남지방의 처용제 ▲호남지방의 다시라기 ▲제주도의 약마희를 대상으로 작업한다.
서울 원효로의 남이장군 당제의 경우, 남이장군의 역사적 비극성과 이 지역의 역사, 그리고 그 공동체 이야기를 축제로서의 행렬을 통해 재현, 극화함으로써 이것이 바로 서울의 축제도 될 수 있고 나아가 민족의 축제도 될 수 있으며. 이런 사정은 다른 지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것들이 토착적으로 살아주면 이들 전체의 공약수는 바로 민족축제의 토대가 된다는 것.
김봉곤교수는 현대사회에서 민족축제가 정착, 성공한 인접국가의 사례도 조사·비교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학술활동은 월례연구발표와 연l∼2회의 심포지엄을 구상중이라고 설명명다.
분야별 이사와 각 도별 조사위원및 다수의 자문위원을 두고있는 이 협의회에 걱정거리가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사업계획 자체가 방대하고 공동작업이 불가피하므로 강력한 인화단결과 추진력이 요청된다. 학자들만의 모임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로 너무 이론에 치우친 나머지 실천력의결여도 경계할 일. 몇몇 학자들이 특빌히 신경쓰는것은 요즘같은 사이비 축제형식의 범람속에서 자칫 시류를 탄다는오해를 받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본래의 뜻이 바래지 않으면서도 관계당국으로부터 효과적인 지원을 받아내는 일이 될것이다.
이제 이들 학자들의 활동은 주변의 여건으로 보아 민족축제를 찾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주위에선 보고 있다. 학자들은 이번 순수민간차원의 축제회복운동이 소기의 수확을 거두는데는 부단한 관심과 지원이 요청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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