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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기성」건 세기의 대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중원을 장악하는 자 천하를 지배한다.
일본 프로바둑계의 중원을 지키고 있는 3대 요새는 「명인」「본인방」「기성」 일본프로바둑계에서 내로라 하는 지위를 가지려면 적어도 이 3대 타이틀중 하나는 장악해야한다.
다른 군소 타이틀을 아무리 많이 가져도 이 3대 타이틀과 인연이 멀다면 그는 이미 강자가 아니다.
조치열9단은 이 3대 타이틀중 명인과 본인방을 장악하고 있다. 그리고 내년 초에는 마지막 남은 천애의 요새 기성전에 도전한다.
아마 프로를 막론하고 일본바둑은 지금 세계 최강이다. 조치동의 일본바둑계군림은 곧 세계제패와 직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일 바둑개의 관심은 온통 조치동에 쏠려있다.
과연 조치동이 일본바둑계를 석권할 것인가. 「기성」의 현재의 성주는「후지사와·히데유끼」 (등석수항· 정)·9단. 일본프로바둑계의 백전노장이다.
초대「명인」을 지닌 그는 타이틀전이 생기면 반드시 첫 타이틀을 손에 쥐지만 또 첫 방어전에선 반드시 실패한다는 일화를 남기고 있다. 이 징크스가 깨진것은바로 기성전이다. 초대 타이틀을 따낸 것은 물론 이후 5번에 걸친 방어전에서도 모두 성공했다.
바둑이 천직이긴 하지만 그는 평소 술과 경마를 매우 즐긴다. 그래서 기성극 이외의 기전을 맞아서는 언제나 술에 취해있다.
일본요미우리 (독보) 신문이 주최하는 기성은 한국의 「왕위」 와 같이 상금이 가장많은 타이를 (2천만엔)이다.
이 틀타이를 하나만 가지고있으면 먹고사는데 큰 걱정이 없다. 그래서 「후지사와」는 기성전을 맞아서는 일체 술을 삼간다 1년에 4번만 이기면 된다는 거두절미 합실리주의 정신이다. (기성타이틀전은 4선승제의 7번승부이기 때문).
그렇기 때문에 「후지사와」가 지키고 있는 기성위는 지난6년간 6사람이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여기에 조치훈이 7번째 도전자로 나섰다.
기성전을 맞아 요미우리신문은 전국 바둑팬을 상대로 도전자 예상투표를 실시했다. 조치동은 이투표에서 3년 연속 1위로 뽑혔다.
조일 「후지사와」 전을 맞아 한일바둑계는 이 싸옴을 「천하를 다투는 대기와보지의 대결」이라고 평가한다. 그래서 일본천하를 건 최후의 결전장이 될 이번 대국에 대해서는 누구도 선부른 전망을 내리기를 삼가고 있다.
지난 3,4년간 조치훈은 싸우면 반드시 이겼다. 컴퓨터 「이시다」, 대마킬러 「가모」, 면도날「사까다」, 그리고 내로라하는 「오으다깨」 임해봉등 거장들을 모두 꺾었다.
오직 남은 마지막 카드는「우지사와」 뿐이다.
조일「후지사와」 전은 최근 군소 타이틀전을 통해 3번 공식대국이 있었다. 결과는 조의 3전전승.
조의 올해 전적은 발군이다. 11월말 현재 32승8패. 승율8할대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그는지금 인간적으로도 완숙단계에 들어가 있다.
지난가을 명인전 제2국때 도전자 「오오다께」9단이 갑자기 허리통증을 일으켰다. 이사건을 맞아 조치동은 『정말 ·훌륭한 자세를 보였다』 는 일본유력 월간지문예춘추의 평가다.
『본격적인 검사를 받아야겠다. 오늘 대국은 조금 빨리 끝내자. 그리고 내일 대국은 의자에 앉아서두자』 는 「오오다께」 의 제의에 대해 조는 『좋을대로하자. 모든것을 「오오다께」에게 맡기겠다』 고 스스럼없이 수락했다. 큰 승부를 의자에 앉아서 두는 예는없다. 그리고 첫날 대국시간을 단축했기 때문에 제한시간도 조에겐 매우 불리했다. 그러나 조치동은 모든 불리함을 깨끗이 감수, 끝내 타이틀을 방어했다. 문예춘추는「이것이 바로 조의 인품」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조일「후지사와」 의 세기의 대결. 새해 벽두의 선물은 조치동의 승전보가 장식해줄 것을 기대한다. <김두겸 경제제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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