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본정책은 불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그 까닭은 제국주의의 식민지통치정책이란, 제국주의자 자신의 충동과 요구에서 나오는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민족해방운동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구체화되기 때문에 내용이 복잡하여 사실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제2치 세계대전이전의 식민지주의는 그 이후의 신식민지주의와 구별하여 구식민지주의라고들 말한다. 양자는 본필은 같으나 그 구체적 형태는 많이 다르다. 여기서 다루려는 것은 구식민지주의시대인 1920년대 일제가 한국에서 실시한바 있던 민족분열정책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문화통치」 또는 「문화정치」라고 일컬어지는 통치정책을 말한다.
이 「문화통치」에 관한 연구는 시작된지도 얼마안될 뿐더러 연구하기가 매우 힘든 영역이라고 보여진다.
필자가 몇해전 일본에서 『일본의 조선지배 정책사 연구』(한국에서는 『일제의 한국침략 정책사』로 나와 있음)를 내놓기전까지는 내외에서 불과 짧은 몇편의 논문이 나왔을 뿐 본격적인 연구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연구들도 「문화통치」란 이름 아래 행해졌던 지배기구의 확장과 강화, 「민의창달」의 허구성과 기만성등 「문화통치」의 본질규명에 관한 것에 현점을 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가운데서 필자의 본격적 연구가 나왔으므로 일본학계와의 사이에 쟁점이 될만한 문제점은 아직 없다고 보여진다. 그러면 여기서는 우선 1920년대 일제가 내건 「문화통치」가 어떤 식민지통치정책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민족분열정책을 실시했는가의 일단을 간추려 보기로 한다.
먼저 분석해야 할 것은 이 「문화통치」가 어떠한 사태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등장했는가 하는 문제다. 이것은 문화통치가 갖는 지배방식이나 통치수법, 그리고 그역사적 성격을 이해하는데 빼놓을수 없는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첫째는 3·1운동에서 시작되는 한국민족의 민족해방투쟁의 격화에 대처하여, 일제가 종전과같은. 노골적인 「무단통치」로는 식민지지배의 위기를 수습 할수없었다는 위기적 정황과 관련된다』 둘째는 제1차세계대전 후 일본을 휩쓴 경제공황에 대한 타개책으로서, 한국에 대한 경제적수탈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도 보다 효과적인 통치체제의 개편이 필요했다는 시점 때문이다.
세째로는 동부아시아를 둘러싼 제국주의 열강사이의 대립과 관련하여, 일제는 한국에 대한 가혹한 통치정책을 은폐·분식하기위해서도 통치방식의 개편을 들고 나오지 않올수 없었던 사정과 관련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민족해방투쟁의 격화에 대한 대응책으로서의 성격이라 하겠다. 3·1운동후 새총독 재등실이 내건 일련의 「문화정책」은 거의가 그런 목적에서 나온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