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은행들 줄줄이 지분 매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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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중국 정부가 추진중인 금융분야의 구조조정 작업이 최근 주요 은행 등의 지분 매각이 잇따르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4대 국유은행의 지분 매각이 속도를 내고 있으며, 지방 은행은 물론 보험사까지 선진 금융회사와의 활발한 제휴 작업을 벌이고 있다.

내년으로 다가온 중국의 금융시장 전면 개방을 앞두고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 중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현상이다.

◆ 잇따른 지분 매각=자산 기준으로 중국 최대 규모의 은행인 공상은행이 20억 달러 규모의 지분을 미국 골드먼삭스와 독일 알리안츠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매각할 예정이라고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가 29일 보도했다. 양측이 조만간 지분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에 앞서 중국 2위인 중국은행(BOC)은 최근 영국의 로열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지분 10%를 31억 달러에 팔기로 했다. RBS가 전체 투자금의 절반(약 16억 달러)을 투자했으며, 메릴린치와 홍콩 재벌 리카싱도 참여했다.

BOC는 이와 별도로 싱가포르의 국영 투자회사인 테마섹 홀딩스에도 지분 10% 매각을 추진중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스위스연방은행(UBS) 등도 인수 경쟁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지분 매각과 함께 BOC는 내년 1분기로 예상되는 해외 상장(IPO)을 위해 골드먼삭스를 주간사로 최근 선정했다.

중국건설은행(CCB)도 최근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에 지분 9%를 25억 달러에 팔았고, 싱가포르의 테마섹에도 지분 5.1%를 14억 달러에 팔았다.

◆ 부실 금융 개혁에 박차=부실 정리 차원에서 추진중인 4대 국유은행의 지분 매각 외에 선진 금융사와의 제휴 작업도 다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9일 프랑스 최대 금융회사인 아그리콜은행이 중국의 4대 국유은행인 농업은행과 공동으로 자산운용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협상중이라고 보도했다.

지방 은행과 보험사들도 지분 매각을 통해 선진 금융을 배우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베이징은행은 네덜란드의 ING에 지분 19.9%를 17억8000만 위안에 넘겼고, 광둥개발은행의 지분매각 작업에는 싱가포르의 DBS그룹 외에도 미국의 칼라일그룹과 JP모건이 경쟁하고 있다.

중국 측은 지분 매각과 공동 투자 등을 통해 부실 금융회사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를 노리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금융사들이 내년으로 다가온 중국의 금융시장 전면 개방을 앞두고 중국 시장 내에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포석과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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