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겁나지 않는 요놈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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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직장인 박동훈(31·서울 연남동)씨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갤럭시S5. 여기엔 웬만한 카메라 못지않은 1600만 화소의 렌즈가 장착돼 있다. 하지만 이달 말 휴가 땐 ‘니콘 D7000’과 ‘소니 RX10’ 카메라를 가져갈 계획이다.

 박씨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웬만한 건 다 찍을 수 있지만 선명한 야경 등 섬세한 촬영엔 역시 전문 카메라가 제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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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능 경쟁’이 거세지면서 스마트폰은 ‘이것저것 다 되는’ 만능기기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틈새가 있기 마련. 스마트폰에 탑재된 카메라나 사운드로는 만족할 수 없는 소비자들을 위해 제품 본연의 기능을 확 높여 고유의 입지를 다져 가는 현상도 뚜렷하다. 이른바 ‘IT기기 독립화’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100만원 이상 고급 카메라 매출은 2012년 14%, 지난해엔 28% 늘어난 데 이어 올 들어선 10월까지 43%나 급증했다. 기존 카메라 명가들은 이 점을 놓치지 않는다. 소니의 ‘RX100III’는 손 안에 들어오는 크기지만 기존 카메라보다 4배 큰 1인치 이미지센서와 180도 돌아가는 디스플레이 덕에 풍경부터 인물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고품질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삼성전자의 간판 프리미엄 카메라인 ‘NX1’ 역시 2820만 화소를 자랑하며 어두운 곳에서도 선명한 촬영을 보장한다. 고화질의 동영상 촬영, 초당 15매 고속연사 촬영 등도 스마트폰 카메라가 따라오기 힘든 성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저가형 IT 기기 시장이 크게 줄었지만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카메라 같은 하이엔드 시장은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출력이 낮은 스마트폰 스피커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스마트 기기와 연동되는 무선 스피커 시장도 확대 추세다. 컴퓨터 주변기기 업체인 로지텍의 ‘UE붐’은 원통형 디자인으로 360도 전 방향으로 스테레오 사운드를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두 군데의 유닛(음향이 나오는 곳)에서 선명한 중음과 생생한 고음을 뽑아낸다. LG전자의 ‘스마트오디오’는 와이파이까지 동시에 지원해 메시지나 전화가 오면 음악이 끊기는 블루투스에 비해 전원만 켜면 안정적으로 고음질 음원을 재생할 수 있다. 영국 ‘네임오디오’가 선보인 ‘뮤즈’는 200만원에 가까운 고가품이지만 450와트의 강력한 출력과 6개의 맞춤형 스피커를 통해 팝·클래식·록·재즈 등 장르별로 최적의 사운드를 제공한다. 덴마크의 오디오 명가인 뱅앤올룹슨이 내놓은 베오플레이 A2는 1.1kg의 가벼운 블루투스 스피커지만 사용자가 어디에 있던지 모든 방향에서 동일한 풀 스테레오 음향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차량용 내비게이션도 단순한 길안내를 넘어 주행·주차 녹화, 심지어 사고원인까지 분석하는 ‘스마트 내비’로 진화 중이다. 이른바 내비게이션과 자가진단장치(OBD)의 결합이다. 파인디지털의 ‘BF550패키지’는 브레이크·액셀·방향지시등·핸들 방향 등 차량주행의 4대 핵심정보를 초당 5회 간격으로 저장해 보여준다. 최근 논란이 되는 급발진 문제 해결에도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비게이션이 길안내뿐만 아니라 차와 승객의 안전을 지키는 스마트 기기로 발전하면서 침체됐던 시장도 점점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 유인호 사무총장은 “IT기기는 수년간 융합 추세였지만 여러 기능을 합하다 보면 부족한 게 생겨서 분리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더 나은 기술이 개발돼 다시 합쳐지는 사이클로 가기 전까지 당분간 이런 추세도 함께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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