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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화물車 문제 또 '땜질'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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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에서 만난 주선 업자는 "물량만 있으면 장땡"이라는 말을 했다.

무슨 수를 쓰든 화주(貨主)에게서 화물만 따낼 수 있으면 전화 한대만 놓고도 이를 다른 주선사에 넘기면서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차주들이 넘쳐나는 상황이므로 물량을 넘기면서 '소개료'를 떼는 먹이사슬이 몇 단계나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트럭 한대를 가진 차주들은 '지입제'에 발목이 잡혀 직접 물량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다단계 알선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포항 화물연대의 집단 행동은 이처럼 낡은 제도로 인해 곪은 환부가 터져 나온 것이다.

9일 화물연대와 운송업자 간에 운송료를 둘러싼 협상이 타결됐다. 협상은 이들 간의 운송료 배분과 관련된 일이므로 정부가 나설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물류시장의 문제는 다단계 알선 탓이라는 사실이 이번 일로 드러난 만큼 정부는 이런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수술하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건설교통부가 제시한 대책은 "이달까지 다단계 알선을 특별 단속하겠다"는 것뿐이다. 업계에서는 "무슨 인력으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일들을 모두 단속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건교부는 화물 물류의 효율화를 이루겠다며 1998년부터 막대한 예산을 들여 화물 운송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을 해왔지만, 이 사업은 원점을 맴돌고 있다.

지입제의 경우도 95년부터 개선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사업자 단체의 로비에 밀려 흐지부지됐다. 99년에는 2000년 하반기로 시행 시기를 정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지난해에 또다시 2005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관련법 시행규칙의 개정이 남아 있는 상태다.

이영렬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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