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그라들지 않는 유진룡 파문 "정권 바뀔 때마다 뒤통수" vs "특정산업 꼭 집어 지시"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8월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의 교체를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는 유진룡 전 장관의 폭로를 놓고 그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여권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통수를 치는, 문체부 마피아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강경한 대응을 주장하는 반면 문체부 일각에서는 “시킨 대로 했는데 공무원들을 깎아내리려고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반(反)유진룡' 기류가 더 강경해지는 분위기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대통령이 국·과장의 교체를 지시한 건 맞지만 맥락이 다르다. 지시라는 팩트만 부각해 전체를 왜곡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그는"지난해 여름은 판정시비·금품수수 등 체육계의 적폐가 드러날 때였다. 청와대는 강도 높은 체육계 개혁안을 요구했는데, 문체부는 엉뚱하게도 '체육 융성' 방안을 만들어 올린데다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체육계 인사들을 감싸기 급급했다. 이에 대통령이 책임자인 두 사람을 경질한 것"이라 말했다. 정윤회씨 딸 판정 시비와 국·과장 인사는 우연의 일치일 뿐이란 주장이다.

청와대도 비슷한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유 전 장관은 자신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을 부처 내 요직과 산하기관장에 대거 심었다. 그러고선 '청와대가 개입해 내 마음대로 되는 인사가 없다'고 주변에 떠들고 다녔다. 앞과 뒤가 다른 사람"이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문체부내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모 국장은 "청와대가 지난해 7월 문체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말산업 육성 정책'을 내놓으라고 지시한 건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체육계 전반이 아니라 특정 분야만 콕 집어 육성책을 내놓으라니 의아했지만 지시에 따라 보고서를 올렸다. 시킨 대로 했는데 무능하다고 깎아 내리면 공무원은 어떡하란 말인가"라고 항변했다.

박 대통령과 유 전 장관은 정권 출범 초기만 해도 독대를 자주 가질 만큼 돈독했다는 게 주변의 말이다. 하지만 인사 문제로 조금씩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통령은 좌 편향으로 기운 예술계 지형을 바로 잡아주길 기대했지만 유 전 장관은 다소 결을 달리했다고 한다. 유 전 장관은 주변 지인들에게 "좌파 예술단체 지원금을 끊으라고 한다. 어떻게 입 속에 들어간 걸 빼 낼 수가 있나. 난 그렇게 못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현재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김상률)과 문화체육비서관(김소영), 문체부 장관(김종덕)-차관(김희범·김종)-기조실장(송수근)-문화콘텐츠실장(윤태용) 등 문화 관련 요직은 문체부 출신 대신 외부 인사나 공보처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지난해 2월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문화융성'을 기치로 교육문화수석(모철민)과 문체부 장관(유진룡) 등 요직에 대거 기용됐던 문체부 출신 인사들은 유 전 장관 면직 뒤 일제히 된서리를 맞았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