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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싱가포르, 부녀·부자 2대 정상 인연 … 박정희·리콴유 만찬 땐 박 대통령이 통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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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979년 10월 청와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오른쪽)이 리콴유 전 총리(가운데)와 회담을 했다. 왼쪽은 당시 만찬 때 통역을 맡은 박근혜 대통령. [중앙포토]

‘인도네시아의 오바마’와 ‘필리핀 케네디가(家)의 아들’. ‘세계 최연소 총리’와 ‘세계 최고 부자 국왕’. 11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 10개국 정상들의 면면이다.

 국내총생산(GDP), 영토, 인구 면에서 아세안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53) 대통령은 ‘방 조코위(조코위 아저씨)’로 불린다. 유력 집안이 독점해 온 인도네시아에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대통령에 당선된 데다 외모 또한 비슷해서 ‘인도네시아의 오바마’라고도 한다. 가구공장을 하다 2005년 정계에 입문한 후 9년 만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31년간 집권했던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 프라보워 수비안토와 경쟁해 정권교체를 이뤄내고 지난 10월 취임했다. 취임 후에도 연료보조금 개혁과 국영전력회사 개편에 박차를 가하며 국민 지지를 받고 있다. 방한 기간 동안 인도네시아 선원이 탑승했다 사고가 발생한 ‘501오룡호’의 사고대책본부를 찾을 예정이다.

 베니그노 아키노(54) 필리핀 대통령은 정치 명문가인 ‘아키노’ 가문 출신이다. 어머니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과 함께 세계 최초 모자(母子) 대통령이다. 아버지인 아키노 전 상원의원도 유명하다. 그의 아버지는 마르코스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벌이다 귀국길에 마닐라 공항에서 암살당했다. 이는 필리핀 민주화의 시발점이 됐다. 그는 1987년 모친(당시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 총알 5발을 맞았으나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태풍 ‘하구핏’으로 인한 피해 수습을 하다 힘들게 이번 회의 참석을 결정했다.

 리셴룽(62) 싱가포르 총리도 대를 이어 국가수반 자리에 올랐다. 그의 부친은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로 25년간 집권한 리콴유 전 총리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에서 수학한 그는 84년부터 내리 다섯 차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리콴유 전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치고 만찬을 할 때 통역을 했던 이가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과 리셴룽 총리는 지난해 2대에 걸쳐 정상회담을 했다.

 나집 라작(61) 말레이시아 총리도 2대에 걸친 총리 집안이다. 그의 아버지인 압둘 라작은 말레이시아 2대 총리를 지냈고, 그의 삼촌인 후세인 온도 3대 총리를 지냈다. 그는 6대 총리다.

 세계 최연소 총리 기록을 가진 훈센(63) 캄보디아 총리도 독특한 이력을 자랑한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킬링필드’를 자행한 크메르루주(‘붉은 크메르’란 뜻, 급진적인 좌익무장단체) 폴포트 정권 붕괴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34세의 나이에 총리가 된 뒤 장기 집권하고 있다. 97년 한국과 캄보디아의 재수교를 이끌어 냈 다.

 브루나이의 하지 하사날 볼키아(68) 국왕은 세계 최고의 부자 중 한 명이다. 200억 달러(약 22조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22세에 제29대 국왕(술탄)으로 즉위했 다. 그의 왕궁에는 1788개의 방이 있고 욕실만 257개다. 자동차·비행기 수집가로 수백 대의 수퍼카와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조종사 면허도 있어 해외순방 땐 직접 전용기를 몰기도 한다. 이번에도 직접 전용기를 조종해서 11일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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