뒹굴고 넘어지며 신의 손 비법 배웠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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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창피하지 않아요. 전 축구에 미쳤거든요.”

 11일 골키퍼 클리닉이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 인조잔디구장. 고형관(28·사진)씨가 초·중·고등학교 골키퍼 44명 사이에 섞여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골키퍼 클리닉은 ‘키퍼 2004(축구협회 골키퍼 1급 코스 이수 지도자들 모임)’가 전문 골키퍼 코치의 지도를 받기 힘든 학생 축구 선수들을 위해 여는 행사다. 2004년 시작해 올해 8년째로 300여 명의 축구 꿈나무가 거쳐 갔다. 김범수(46) 여자대표팀 코치, 김성수(51) 전 울산 코치, 김재희(34) 대덕대 코치 등이 사흘간 강사로 나선다.

 고씨는 해당 연령이 아니다. 하지만 김범수 코치는 “열정이 대단해 참가를 허락했다”고 말했다. 고씨는 스페인 골키퍼 브랜드 ‘HO SOCCER’ 용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사업가다. 아마추어 골키퍼 온라인 동호회 ‘골키퍼(회원수 1만5000명)’ 운영자도 맡고 있다.

 골키퍼 치고는 단신(1m74cm)인 고씨는 열정만은 작지 않았다. 그라운드를 뒹굴고 구르며, 기본기, 경기 중 대처 요령, 수비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등을 익혔다.

 성남FC 권태안(22)과 수원FC 이인수(20) 등이 골키퍼 클리닉을 거쳐 프로 선수의 꿈을 이뤘다. 고씨도 4부리그 격인 챌린저스리그 중랑코러스무스탕 입단 테스트를 준비 중이다. 중랑코러스는 올해 FA컵 32강에 진출한 팀이다. 고씨는 “20대가 끝나기 전에 새로운 도전을 해 보고 싶다. 클리닉이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대표 골키퍼 정성룡(29·수원)도 골키퍼 클리닉을 찾아 골키퍼 장갑 50개를 기증했다.

수원=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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