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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장병의 노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혹한이 몰아치고 연말이 다가오면 국민들은 망상 전방의 장병들을 걱정하는 마음이 앞선다. 전방고지는 후방보다 평균 4∼5도씩 기온이 더 떨어지고 북풍마저 매섭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내려간다.
과연 이 같은 혹한 속에서 경계와 훈련 임무에 부철주야 노력하는 이들을 어떻게 위하는 것이 국민 된 도리인지 다시 한번 겸허하게 생각할 때이다. 방위세가 신설되고 국방비가 과거보다 비교적 넉넉해지자 우리의 방위상태와 군수장비가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비록 개인이나 국가에 큰짐이 되는 재정부담이긴 하나 국민들이 참아준 결과로 우리의 국방력은 충실해진 것이다.
그 결과 전방 장병들의 사기는 왕성하다. 급식, 피복, 전투장비가 월등하게 좋아졌다. 전투훈련도 형식적 훈련을 벗어나 실전을 방불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후방의 부모들이나 형제자매가 걱정하는 것처럼 일선장병들이 추위에 떠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고민은 딴 곳에 있다.
우선 그들은· 후방 국민들과의 소외, 격리감에 심리적 부담을 안고 있다.
그들은 사회생활에 참여하다가 또는 수학의 도중에 입영했기 때문에 후방의 사회·문화적 변동에 매우 민감하다. 또 자신의 가정사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 같은 후방의 여건이 자신의 판단과는 동떨어지게 변할 때 그들은 깊은 소외감에 빠질 수도 있다.
또 그들의 문화적 욕구는 예전보다 상당히 많아졌다. 알려진 대로 국군장병의 학력구성은 과거보다 매우 높다. 고졸이상의 학력자가 전체 사범의 80%를 차지한다. 이것은 우리의 인적자원이 풍부해진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지만 그만큼 병영생활과 문화생활을 동시에 충족시켜주어야 하는 어려움을 안게 됐다.
물론 전방에는 라디오나 TV.신문, 잡지, 도서 등 오락·문화수단이 제공되긴 하나 아직도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이들의 소외감을 덜어주고 문화적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 주느냐가 국방당국이나 후방국민들이 할 일이다.
전방에서 만나본 사병들은 위문편지를 받는 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진지에 투입되고 거기서도 또 다시 읽어본다고 말한다. 비록 단순한 일 같지만 ,그들의 소외감은 이런 데서도 극복 될 수 있다
. 하루 종일 포대경으로 북쪽 경계선을 응시하던 젊은이들은 임무가 교대되면 몇 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지는데 이 때 읽을거리를 찾는다. 가볍게 읽어 넘길 수 있는 책이 제일 아쉬울 때가 바로 이 때다. 물론 위문편지나 책은 그들이 문화생활을 추구하는데 아주 작은 단편에 불과할지 모르나 이것만이라도 풍성해진다면 그들의 병영생활은 한층 윤택해짐을 국민들은 알아야 한다..
휴전선은 세계에서도 가장 긴장된 군사대치지역임은 말할 것도 없다. 북쪽의 스피커에서는 끊임없이 대한민국을 중상모략 하는 선전방송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곳에서 밤낮을 부릅뜬 눈으로 지 세워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국민의 조그만 정성이라도 전달되면 그것이 국방에 기여하는 힘은 매우 크다.
국군은 국가의 군대이자 국민의 군대이며 곧 우리의 가족, 이웃임을 한시라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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