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협의 조합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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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농·수·축협의 조합장을 현재의 임명제에서 문선제 또는 직선제로 하자는데 국회의 의사가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농협 등의 조합장 선임 방식의 변경은 한때 중단된 농업 협동 조합법의 관계 조항을 되살린다는데 뜻이 있을 뿐이며 오히려 거론되는 것이 때늦은 느낌마저 든다.
지금 국회에서 주로 절충되고 있는 것은 농협의 기간 단위인 면 단위 농협의 조합장 선임방식에 관한 것이다.
농협 법에 따르면 『조합장은 이사회에서 선출하고 이사·감사는 총회에서 조합원 중에서 선임한다』 (46조 2항), 『임원의 선거는 정관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무기명 비밀 투표로 이를 행한다』 (동 3항)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제4공화국이 「유신」을 단행하면서 「농업 협동 조합 사원 임면에 관한 임시 조치법」 (72년12월30일)을 제정, 농협법의 관계 조항 기능을 정지시키고 조합장을 임명제로 바꾸었던 것이다.
따라서 농협의 조합장 선임 제도를 변경한다면 그 쟁점은 두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임시 조치법을 폐기하고 농협법의 조항을 부활시켜 문선제로 그대로 가져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임시 조치법 폐기와 함께 농협법의 관련 조항도 바꾸어 조합원이 전원 참여하는 직선제로 하느냐이다.
어떤 경우든 임시 조치법의 폐기 여부가 먼저 논의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현재의 면 단위 농협조합장 임명은 1천2백명 내지 2천5백명 가량의 조합원이 이장, 영농회장, 새마을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50∼60명의 총대를 위촉하고 총대는 다시 9명으로 된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2명의 조합장 후보를 결정, 군 단위 조합을 통해 중앙회에 건의하면 상부 조직에서 천명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임명 제도를 바꾼다면 앞서 밝힌대로 전 조합원이 투표하는 직선 제도는 총대를 선출한 다음 총대에서 조합장을 뽑는 절차를 생각할 수 있으며 피선거권은 총대 이상으로 규정한다는 것 등이 고려될 성질의 것이다.
수협·축협은 대체로 농협에 준하되, 단위 조합은 군 단위가 기간 단위라는 것이 다르다.
그리고 어떠한 제도상의 변경이든 그 전제는 조합원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것에 있음은 물론이다.
농협법은 조합의 임원을 명예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조합원의 권익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이상을 구현시키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현행대로 중앙위가 농수산부 장관의 승인을 언어 조합장을 임명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지역적 특성이 강한 면 조합 운용에 걸맞지 않을 위험이 있다. 거기에 명예직이라면 더욱 중앙회에서 간여할 명분이 약하다.
이전의 조합장 선거가 타락 선거였다는 비난도 없는 것이 아니지만, 조합의 자주적인 운영 정신이나, 오늘의 국민 의식 수준에 비추어 과거 일부에서 빚어졌던 타락 선거가 재연될 소지는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마을마다 새마을 조직이 있고 농가의 자립 정신이 강하게 일고 있어 조합원의 민주적인 선거와 합리적인 조합의 운영 감시 기능은 크게 기대할 수가 있다고 본다.
전국 1천4백73개 면 조합이 스스로의 힘에 의해 건실하게 자라날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지 말자는 것이다. 농협은 조합원의 출자를 기본으로 하여 움직인다.
구좌 당 1천원이지만 농가의 평균 가입 구좌는 60구좌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출자를 하고 있는 조합원이 자신들의 조합을 자주적으로 육성해 가는 것은 그들의 권리이기도 하다.
농협·수협·축협의 운영 개선은 조합원의 견지에 서서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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