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체결로 오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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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여기에 우리는 구한말 일제침략성격을 명확히 재인식해야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특히 작금에 있었던 일본의 교과서 왜곡 파동문제와 더불어 생각할 때 지난날의 울분이나 억울한 감정을 앞세우기에 앞서 앞으로의 올바른 시정을 위해서도 명확한 역사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구한말에 일제침략은 외교적협상을 전제한 쌍방간의 조약체결로 오인되기 쉬운 을사오조약이니 정미칠조약이니 합병조약이니 따위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군국주의 일제의 군사력에 의한 한국강점으로 시작되고 그를 바탕으로 추진되어 국권을 빼앗기어 19l0년에 식민지로 전락되었던 것이다.
즉 1894∼5년의 청일전쟁에서 한국의 국권까지 빼앗을 침략을 끝내지 못한 일제는 1904∼5년에 다시 노일전쟁을 도발하여 이를 구실로 그들 육해군으로 편성된 침략군을 한국에 파병하여 한국전토를 강점하고 그 힘으로 국권을 빼앗아 한국을 그들 식민지로 만들었다. 이와같은 과정을 좀더 부연하면 다음과 같다.
1904년2월6일 일제는 전쟁에 대한 선전포고도 없이 그들 사세보군항에서 육해군으로 편성된, 노일전쟁을 수행할 소위 「정노군」과 한국을 강점할 「주한일본군」이란 침략군을 함께 그들 함정에 분승시켜 노일전쟁의 도발과 함께 한국강점에 착수하였다. 이들이 그 다음날에는 이미 해전에서 러시아 함대를 급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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