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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떠난 아버지만 홀로 "구명운동"|윤상군 살해한 주교사 검거된지1년…사형수의 주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14살의 이윤상군(서울 경서중2년)이 그토록 믿고 따르던 체육교사 주영형(29)의 손에 무참히 살해됐다는 충격적 소식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지도 27일로 1년을 맞았다.
범인 주는 지난23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돼 죽음을 앞두고 속죄의 나날을 보내고 있고 공범 이모양(18·Y여고 2년)은 징역 단기3년 장기5년이 확정되어 대전교도소에서 복역중이다. 또 다른 공범 고모양(18·D여고3년)은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안양 생모집에서 은둔생활을 하고있다.
아들 잃은 슬픔으로 몸부림치던 윤상군 부모는 악몽을 씻고 다소나마 평온을 되찾아 가고 있다.
송영형 서울 구치소에 수감된 이후 줄곧 성경을 읽으며 참회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천성적으로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주는 처음 몇 달 동안은 동료 재소자들과도 잘 어울려 지냈으나 갈수륵 침울해져 최근엔 온종일 말없이 지낼 때가 잦다는 것.
지난 23일 사형이 확정됐으나 아직 대법원의v판결문이 송달되지 않아 본인은 이를 모르고 있다. 그러나 죽음의 영감이 작용한 듯 갈수록 초조한 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한 교도관은 전했다.
1심때는 삶을 포기한 듯 했으나 항소심에서 부터는 항소이유서를 직접 써내는 등 다소 애착을 가진 듯 하다는 것이 1심때의 국선변호인이던 정광진변호사의 말. 변호인 접견 때마다 윤상군이 처음 아파트에 유괴됐을 때 『선생님이 이럴 수 있느냐. 아버지·교장선생님께 이르겠다』고 울먹이던 모습이 선하게 보인다며 괴로워 했다는 것.
바로 손위 누나(33)가 이따금 면회를 하며 뒷바라지를 해주고 항소심부터는 아버지(55) 가 사선변호인을 선임하는 등 구명운동을 했었다.
특히 아버지는 주가 검거된 후 어느 지방 국세청의 계장직을 그만두고 두 손자(주의 아들)를 맡아 기르며 눈물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특히 주의 공판이 있는 날은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빼놓지 않고 방청했고 대법원의 확정판결 당시 피고인도 없이 텅빈 방청석에 혼자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윤상군 가족
아버지 이정직씨(45) 어머니 김해경씨(42)와 누나 연수양(17·중앙여고2년) 등 가족들은 윤상군의 학교에서 1km쯤밖에 떨어지지 않은 옛집(서울 공덕2동 184의 73) 에 그대로 살고 있다. 아버지 이씨는 사건 후 하는 둠 마는 둥 했던 청계천2가의 전열자재 도매업에 온힘을 기울이며 과거의 아픔을 잊으려 하고있다.
어머니 김씨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다 악성루머까지 겹쳐 괴로움을 겪다 이젠 어느 정도 마음을 가라앉혔으나 거의 집밖을 나가지 않고 있다.
악몽을 잊기위해 책가방·책상·교복·사진 등 윤상군의 그림자가 서린 것은 모두 없앴고 서울 상도동 미륵암자에 안치했던 위패도 백일재를 지내고는 소각해 버렸다.
현상금이던 1천만원은 소아마비를 앓아 몸이 성치 못하던 아들생각에 정립희관(관장 황년대)에 맡겨 「윤상장학금」이란 이름으로 5월5일 어린이날 처음으로 지체부자유 중학생 10명에게 등록금 4만5천원씩을 지급했다.
사건당시 서울시 교육감이었던 이창갑씨와 경서중교감 최병국씨는 현재신설사립학교인 성보고(서울 신림동)의 교강·교감을 맡고 있고 사표를 냈던 윤용기교장은 덕성여중 교장을 맏는 등 인책됐던 학교관계자들은 대부분 교직에 복귀했다.
주변인물 주의 부인이모씨(28)는 지난1월 합의 이혼한 뒤 두 아들 (2살·4살)을 시집에 넘겨주고 서울 신길5동 친정집에서 지내고 있다. 李씨는 가족들에게 『결혼이라면 진저리가 난다. 절대 재혼하지 않겠다』며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
23일 주와 함께 실형이 확정된 공범 이양은 서울 구치소에서 대전교도소로 이감됐다.
이양 가족 등 지난 1월 주위의 눈총을 피해 서울 구로2동에서 당산동으로 이사했고 어머니와 이모가 1주일에 2∼3회씩 면회를 하고있다.
이양 부모는 사건 후 카톨릭에 귀의, 성당에 다니며 딸을 대신해 속죄하고 있다. 이양의 변호인 김상태변호사는 이양이 주에 대해 원망을 하면서도 연민의 정을 버리지 못해 갈등을 겪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간수·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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