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문건파동과 별도로 정치개혁 속도 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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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시끄러운 비선 문건 파동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정치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여야는 이 추세를 멈추지 말고 15일 시작되는 임시국회 내에 입법화를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 당내 혁신위가 마련한 개혁안을 새누리당 의원총회가 추인한 건 의미가 적잖다. 당은 국회법에 따라 예정된 본회의나 상임위 회의가 전혀 열리지 않을 때나 국회의원이 구속됐을 경우 의원 수당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얼마 전까지 이런 ‘무노동 무임금’에 대해 적잖은 의원의 반발이 있었으나 결국 사회와의 형평 차원에서 수용됐다. 이는 무분별한 장외투쟁에 제동을 거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혁신안대로 하면 의원들의 편법 모금창구라는 비판을 받아온 ‘돈 받는 출판기념회’는 앞으로 사라지게 된다. 당은 현직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원과 후보자는 집회 형태로 출판물을 판매하거나 입장료 형태로 대가성 금전을 받지 못하도록 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입법 과정에서 비밀리에 전달되는 금품을 단속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당은 의원들이 자의적으로 정해온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을 선관위 산하에 설치되는 독립적인 기구에 맡기는 방안을 마련했다. 마침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위에서도 선거구획정위를 외부 독립기구로 설치하는 법안을 발의한 만큼 이른바 게리맨더링(선거구 조작)이 사라질 토대는 마련됐다.

 하지만 새누리당 혁신위가 마련한 불체포 특권 개선안은 유보됐다. 당은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후 72시간 내에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으로 가결된 것으로 간주하는 개선안을 마련했으나 의원들이 헌법과의 충돌 가능성을 들어 추가적인 법률 검토를 요구한 것이다. 당은 신속한 검토를 통해 이 부분도 혁신안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정리해야 할 것이다.

 의원 특권 포기 등 정치 개혁은 세월호 사태로 한국 사회에 대두된 국가 대개조의 일환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개혁은 공천제도의 혁신이다. 공정한 공천이야말로 당내 민주화와 소신 있는 국회 활동을 보장하는 핵심이다. 여야는 이 부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