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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적으로 증가하는 청소년범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학생범죄의 격증현상은 그 주인공들이 인생의 중대한고비를 겪고있는 연령층이라는 점에서 결코 소홀히 취급할 수 없는 문제다.
인생이란 어느 때고 중요하지 않은 시기가 없는 것이지만 특히 중·고교의 청소년시절은 당사자들로서는「폭풍의 계절」과도 같이 위험한 시기다.
사회면을 만들다보면 그들이 얼마나 많은 문제들로 갈등을 느끼고 고민하고 있는가를 실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인생이 무엇이냐 하는 데서부터 자아와 개성의 확립, 장래의 진로문제, 이상과 현실의 간격, 그리고 우정과 이성교제 등 스스로도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가 많은 것 같다.
그들의 행동은 수줍기도 하고 대담하기도 한가하면 감상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갑자기 어른스러워지기도 해 곧잘 우발적인 탈선이나 범죄행위로 치닫게된다.
따라서 학생범죄일수록 동기가 뚜렷하지 않은 맹목적 범죄가 늘어나고 심지어「장난삼아 서 하는 범죄」도 흔히 본다.
특히 욕구불만을 집단의 힘을 빌어 발산하고 범행에 따르는 죄책감·불안감·고독감을 동료의식 속에 해소시키려는 편싸움은 학생범죄의 주종을 이룬다.
결손가정의 학생들이 높은 범죄율을 보인다는 것은 옛말이 됐다. 이제는 어엿한 양친 슬하의 부유층자녀들이 한 수 더 뜨는 경우가 많다.
신체적 조숙에 따른 청소년 성범죄의 증가추세도 최근에 눈에 띄게 두드러진 특징이다.
학생범죄는 불과2∼3년 전까지 만해도 연간 20%선에서 서서히 고개를 들고 완만하게 증가해왔다.
그러던 것이 지난 한해사이에 거의 2배가 늘었으며, 특히 중학생범죄는 1백28%가 증가했다. 최근 들어서 전개되고 있는 변화의 양상은 가위 수직적이라 할 만큼 엄청난 것이다. 과연 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의 청소년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곤혹스러워진다.
이제 겉으로 나타나는 탈선이나 범죄만 진단하고 고발하는 종래의 방식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절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우리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현상해결에만 급급해 온 감이 있고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려는 노력은 너무도 미흡했다.
이들 미성숙연령층의 특성을 이해하고 정서적·신체적으로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따뜻이 배려하는 노력이 너무 부족했던 것 같다.
물질적 가치추구에만 급급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생활을 되풀이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중요한「후세를 바로 키우는 일」을 잊고있지 않은가 반성해 볼일이다.
구조적으로는 정상인데도 가족의 화합이나 정서적 안정의 결여로 기능상으로는 결손가정이나 다름없는 가정이 많다..
한편으로는 자식에 대한 지나친 사랑과 기대감으로 애지중지하는 이른바 과보호가 의지박약형의 청소년을 키워내는 것도 문제다. 욕망에 대한 자제력이 부족하고 유혹에 잘 넘어가 탈선하는 타입이 모두 과잉보호의 산물이다.
가정과 쌍벽을 이루는 학교의 교육환경은 더욱 심각하다. 고교평준화이후 학생들의 학력격차에서 오는 상위권학생의 학습의욕상실, 하위권학생의 자포자기 현상. 이것은 학생들로 하여금 학교생활에 불만과 염증을 느끼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있는 것이다.
여기다 교복·머리자율화란 계기를 맞아 학생범죄의 증가추세가 급커브를 그렸을 뿐이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당황하고 불안해하기만 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학교를 원망하고, 학교에서는 가정에서 잡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더 이상 서로책임을 떠맡기려만 하지말고 가정과 학교가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비행청소년들을 방치해둔 채 물질적 풍요만 추구해본들 무슨 보람이 있겠는가.
모두가 냉정히 생각해 볼 문제다. <금창태 편집 부국장 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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