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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담박하거나 담백하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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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코끝이 시려 오는 겨울철엔 뜨끈한 국물 요리만큼 입맛을 자극하는 것도 없다. 퇴근길의 출출함을 달래 주는 얼큰하고 맵사한 짬뽕, 칼칼하게 끓여 내 땀을 쏙 빼게 만드는 매운탕, 단박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이 일품인 우동, 시원하고 단백한 맛의 바지락칼국수 등 따뜻한 국물이 언 몸을 녹이는 데는 그만이어서다.

 ‘얼큰하다’와 ‘칼칼하다’는 입안 점막을 자극하는 매운맛을 표현하는 형용사로 쓰이지만 ‘맵사하다’는 표준어가 아니다. 맵고 혀끝이 아린 듯한 맛을 가리키는 말은 ‘맵싸하다’이다. “맵사한 짬뽕”은 “맵싸한 짬뽕”으로 바루어야 한다. 간혹 ‘맵새하다’로 표기하는 이도 있지만 ‘맵싸하다’만 사전에 올라 있다.

 ‘단박하다’와 ‘단백하다’의 경우는 음식이 느끼하지 않고 산뜻하다고 말하고 싶을 때 많이 사용하나 이 역시 틀린 표현이다. ‘단박하다’는 ‘담박하다’의 오기이며, ‘단백하다’는 ‘담백하다’를 잘못 적은 것이다. “단박한 국물” “단백한 맛”은 “담박한 국물” “담백한 맛” 등으로 고쳐야 올바른 표현이 된다. ‘담박(淡泊)하다’와 ‘담백(淡白)하다’ 모두 묽다·싱겁다는 뜻의 ‘담(淡)’이란 한자를 쓴다는 것을 기억하면 혼동을 줄일 수 있다.

 간을 잘 맞추지 못한 국이나 찌개를 먹고는 “맛이 닝닝하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도 많다. 음식 따위가 제맛이 나지 않고 몹시 싱거울 때 ‘닝닝하다’고 표현하곤 하지만 ‘밍밍하다’가 맞는 말이다. “혀가 기억하는 짠맛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이 닝닝한 음식은 맛이 없다고 느낀다”처럼 써서는 안 된다. ‘닝닝한’을 ‘밍밍한’으로 고쳐야 바르다. ‘밍밍하다’는 “맥주가 김이 다 빠져 밍밍하다”와 같이 술이나 담배의 맛이 독하지 않고 싱겁다고 할 때도 사용할 수 있다. ‘맹맹하다’도 ‘밍밍하다’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짠맛과 쓴맛, 떫은맛을 이를 때 “진짜 짭네” “정말 씹네” “너무 떱네”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짭네’는 ‘짜네’, ‘씹네’는 ‘쓰네’, ‘떱네’는 ‘떫네’로 표현하는 게 맞다. 짭다·씹다·떱다는 경상도 방언이다. 짜다·쓰다·떫다가 표준말이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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