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벌어지는 지구촌 빈부격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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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이 불평등의 덫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25일 공개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의 2005년 보고서 '불평등의 곤경(Inequality Predicament)'이 세계 각국의 경제.사회 지표 수십 년치를 비교, 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보고서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가 간 빈부 격차가 확대되고 있고, 중국.인도 같이 급성장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불평등이 국제사회는 물론 개별 국가의 불안정을 초래하며 결과적으로 테러와 조직범죄의 원인이 된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선진국 10억 명이 세계 총생산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50억 인구는 20%의 재화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다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0년간 선진국과 후진국 간 격차는 거의 세 배나 벌어졌다. 1960년부터 2000년까지 40년 동안 가장 잘 사는 20개국의 1인당 평균 국내총생산(GDP)은 1만1417달러에서 3만2339달러로 세 배 가까이 늘어난 반면 20개 최빈국의 1인당 평균 GDP는 212달러에서 268달러로 거의 제자리 걸음이다.

지역별 불균형도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국민 1인당 소득을 100으로 볼 경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민의 수입은 1.9에 불과하다. 특히 이 지역은 에이즈 확산으로 평균 수명이 33세로 떨어지는 등 극심한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급성장으로 전 세계 극빈층은 81년 40%에서 2001년 21%로 줄었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지역 간 불균형이 심해 가난한 국민의 삶은 거의 나아지지 않았다. 선진국의 경우에도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추구해온 미국.영국.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 빈부차가 커졌다.

보고서가 지적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취업의 불균형이다. 실업은 가난을 대물림하게 만드는 고리이며, 특히 청년 실업은 불법 경제활동을 촉발하기 때문이다. 2003년 전 세계 실업자는 1억8600만 명(실업률 6.2%)으로 10년 전 1억4000만 명(5.6%)보다 늘었다. 선진국의 실업은 줄어든 반면 후진국의 실업은 늘었다. 보고서를 낸 호세 오캄포 유엔 경제사회담당 사무차장은 "불평등 해소를 통해서만 성장과 인권 신장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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