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가 간 빈부 격차가 확대되고 있고, 중국.인도 같이 급성장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불평등이 국제사회는 물론 개별 국가의 불안정을 초래하며 결과적으로 테러와 조직범죄의 원인이 된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선진국 10억 명이 세계 총생산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50억 인구는 20%의 재화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다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0년간 선진국과 후진국 간 격차는 거의 세 배나 벌어졌다. 1960년부터 2000년까지 40년 동안 가장 잘 사는 20개국의 1인당 평균 국내총생산(GDP)은 1만1417달러에서 3만2339달러로 세 배 가까이 늘어난 반면 20개 최빈국의 1인당 평균 GDP는 212달러에서 268달러로 거의 제자리 걸음이다.
지역별 불균형도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국민 1인당 소득을 100으로 볼 경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민의 수입은 1.9에 불과하다. 특히 이 지역은 에이즈 확산으로 평균 수명이 33세로 떨어지는 등 극심한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급성장으로 전 세계 극빈층은 81년 40%에서 2001년 21%로 줄었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지역 간 불균형이 심해 가난한 국민의 삶은 거의 나아지지 않았다. 선진국의 경우에도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추구해온 미국.영국.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 빈부차가 커졌다.
보고서가 지적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취업의 불균형이다. 실업은 가난을 대물림하게 만드는 고리이며, 특히 청년 실업은 불법 경제활동을 촉발하기 때문이다. 2003년 전 세계 실업자는 1억8600만 명(실업률 6.2%)으로 10년 전 1억4000만 명(5.6%)보다 늘었다. 선진국의 실업은 줄어든 반면 후진국의 실업은 늘었다. 보고서를 낸 호세 오캄포 유엔 경제사회담당 사무차장은 "불평등 해소를 통해서만 성장과 인권 신장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병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