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명의 CD(양도성 예금증서) 발행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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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수수료를 받고 건설회사 등 제3자 명의로 양도성 예금증서(CD)를 발행하는 것이 금지된다. 또 무기명인 CD를 등록해 사실상 실명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금융감독원은 25일 이 같은 내용의 'CD 발행 및 유통과정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은행과 증권사는 3자 명의로 CD를 발행하거나 거래할 수 없게 된다. 증권사들은 지금까지 기업이 분기 말이나 연말에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한 용도 등으로 가공 자금이 필요할 경우 발행 금액의 0.1~0.15%를 수수료로 받고 기업 명의 CD를 발행해 왔다. 기업은 마치 자산이나 자본이 있는 것처럼 위장하고, 증권사는 하루나 이틀 CD를 빌려주는 대가로 수익을 챙기는 것이다. 은행 역시 예금실적을 높일 수 있어 이 같은 3자 명의 발행은 전문 브로커가 생길 정도로 광범위하게 이뤄져 왔다.

금융사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CD 발행 등록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금감원 김중회 부원장은 "CD 실물 유통에 따른 위.변조와 도난 사고를 막기 위해 현재 무기명 발행과 등록 발행을 병행한 뒤 장기적으로 모두 등록제로 바꾸는 것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등록제로 바뀌면 CD를 사고판 당사자가 명의 변경 사실을 금융사에 통보해야 해 무기명 거래가 가능한 CD의 특성이 사라지게 된다. 또 CD 실물은 증권예탁원 등에 예치되고 전산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금감원은 내년 1월부터 무기명 CD의 거래 규모가 5000만원을 넘을 경우 금융정보분석원(FIU) 보고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금감원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한 것은 최근 CD 거래의 허점을 노린 사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선 3자 명의 발행 금지와 등록제가 불법.편법 거래를 근절할 것이라는 긍정론과 자금시장 위축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래 투명성이 높아지고 사고 위험이 크게 줄어들겠지만 노출을 꺼린 큰손 자금이 지하로 숨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 CD=무기명으로 발행 및 양도가 가능한 예금증서로 1984년 지하자금을 양성화한다는 취지에 따라 도입됐다. 만기는 보통 30~90일이고 만기일에 표시금액을 찾을 수 있다. 지난 5월 말 현재 모두 49조원이 발행됐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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