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공학의 확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남녀공학의 교육상 득실은 이젠 논란의 대상도 아니다. 당사자인 중·고교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대부분 남녀공학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다.
지역간의 교육여건이 달라 아직 일률적으로 시행하지는 못하지만 문교당국이 남녀공학을 점차 확대시키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이러한 추세에 따른 것이다.
중·고교에 다니는 시기는 이성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생기는 이른바 사춘기다. 각종 성징이 발육하는 때이므로 남녀를 따로 떼어 놓아야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남녀공학의 필요성은 더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어차피 사회나 가정이나 남녀가 공존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터에 유독 학교에서만 남녀를 떼어놓는다고 해서 이성에 대한 관심이나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같은 인위적인 구별은 이성을 신비스런 존재로 여기게 하여 각종 성 비행을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진단이다.
우리가 남녀공학을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것은 이런 뜻에서다.
물론 중·고교생의 남녀공학실시에는 아직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작년에 문교부가 전국 시·도 교위별로 이 문제에 대한 의견청취결과 이성교육이나 학습환경조성에 큰 도움이 된다해서 찬성을 한 교위가 많았지만 몇몇 교위는 지도에 어려움이 많고 시설관리에 애로가 있다는 이유를 물어 반대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이 반대가 교육시설의 미비라든지 교과운영의 어려움 때문이지, 이 제도자체에 대한 반대는 아니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남녀공학이라지만 별도학급이냐, 혼성학급이냐에 따라 그 내용은 크게 달라진다. 현재 대부분의 공학학교는 별도 학급이며 혼성학급을 편성한 학교는 서울의 1개교뿐이다. 별도학급이라 해도 학교를 달리하던 옛날보다는 진보된 제도이며 남녀공학이 가진 특성을 나타내고는 있지만, 공학제도가 노리는 교육적 성과는 혼성학급 편성에 까지 이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녀 혼성반을 실험적으로 운영하고있는 서울의 어느 중학의 경우 수업의 분위기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것은 어쨌든 반가운 현상이다.
남학생들의 옷차림이 깨끗해지고 장난이 줄어 들었는가하면, 창피를 당하지 않으려 학습을 철저히 하기 때문에 성적도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짝지어 앉아 모르는 것을 서로 묻기도 하는 광경은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과거에 흔히 있었던 것처럼 외국의 제도가 좋다고 무조건 따라가서는 안 된다. 남학생들이 차림새에 신경을 쓰고 여학생들의 기질이 거칠어지는 경향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제도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화장실, 가사실 등 교육시설을 먼저 확충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여건조성을 위해 당국은 꾸준히 노력을 해야만 이 제도는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서울의 경우 남녀공학학교는 중학교 8개교, 고등학교 7개교인데 서울시 교위는 내년에 신설되는 중·고교 18개교에서 모두 공학을 실시키로 했다.
교육은 모든 사회적 변화와 발전을 예견하고 그러한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을 앞질러 가르치는 것이다.
우리의 교육도 이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이성을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 보는 건실한 성인으로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때가 되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